어두운 마음을 털어내고 다시 해맑게 지내는 친구의 모습이야말로, 우울한 친구 곁을 지켜주던 자가 가장 기뻐할 만한 보상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괜찮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러 이 글을 쓴다.

우울감을 떨쳐내려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보았다. 블로그에 힘든 마음을 털어놓았고, 자주 못보던 사람들과 식사하였고, 당근마켓으로 거래도 하였고, 책도 읽었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드라이브도 갔다. 밖에 나가고 사람 만나니까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다. 당근마켓 판매자분부터 시작해서 이상하게도 지난주는 다들 상냥했다. 심지어 새로 집어든 책마저도..

다시 바닥을 치는 날이 오겠지만, "이제 내 인생은 끝났어!"라며 좌절하기 보단 최근 며칠간 느꼈던 따뜻한 감정을 떠올리며 버텨야 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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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소중한 사람들이 이딴 이야기를 매번 들어야 한다니, 너무 못할 짓이라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어쩔 수 없이 끄적이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는 이런 우울하고 답없는 이야기가 얼룩처럼 여기저기 있다.

우연찮게 이런 똥글에 닿은 분들께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적어도 위로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으니까 부담이 적으리라 믿는다.

똑같은 양의 흙탕물과 깨끗한 물이 만나면 그냥 두배의 흙탕물이 된다. 흙탕물이 희석되려면 깨끗한 물이 얼마나 많아야 할까? 흙탕물의 최소 열배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족 일원을 위로하고 계속 들어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또 내가 은근한 분풀이 대상이 된 것을 느꼈다. 옛날처럼 마구 화내고 싶지만 당신도 예전엔 깨끗한 물이었던 것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흙탕물이지만 일단 당신과 섞이기 전에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 둘 다 흙탕물일 땐 섞이면 흙먼지가 이니까.

시간이 지나 흙탕물 속의 흙이 가라앉을 때 다시 만나요. 하나님이 우리 가족을 품어주시고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2021.05.16 - 스크류테이프의 편지는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진도가 지지부진하다. 원서로 읽는 탓도 있을 거다. 아니 분명 C S 루이스의 '나니아의 연대기'는 쉽게 읽혔던 거 같은데... 여튼 오늘은 Letter 20을 읽었다. 스크류테이프가 남녀관계에 대해 연이어 편지를 쓰고 있는 중이다.

2021.05.23 - letter 21을 읽고 있는데 첫 문단부터 당췌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더라. 첫 문단은 몇번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며 power through하고 있는데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의 문장을 만났다. They anger him because he regards his time as his own and feels that it is being stolen.



2021.05.14 - 덤벨 팔굽혀펴기, 레그레이즈, 덤벨&바벨로우, 턱걸이, 실내 싸이클(30분) 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세트수는 까먹었다. 턱걸이는 언제쯤 늘지? 저항밴드 사용해도 겨우 3개 할까 말까다.

2021.05.16 - 권혁 홈트 영상 (링크)로 15분 가량 운동했다.

2021.05.19 - 권혁 복근 영상 (링크)으로 12분 정도 운동하고, 풀업 시도했다.

2021.05.21 - 딥스 깔짝 댔다. 1분 정도? 한세트에 5개 정도 하고 있는데, 익숙해지면 개수를 늘려야겠다.

2021.05.23 - 레그익스텐션 15개*3세트 (10키로 두번, 마지막세트는 12.5키로), 딥스 5개*30세트, 실내싸이클 30분 했다.

2021.05.25 - 런지 30개*2세트, 벤치프레스 15개*3세트 (2키로 덤벨 한쌍), 레그레이즈 조금, 턱걸이 조금, 스트레칭 조금

2021.05.27 - 발목찍기 30개*3세트, 푸쉬업 10개*3세트, 사이드래터럴레이즈 20개*3세트 (1키로 덤벨 한쌍), 크런치 20개*2세트, 실내싸이클 30분

2021.06.01 - 벤치프레스 15개*3세트 (바벨 2.5, 2.5, 5)

2021.06.02 - 스쿼트 15개*3세트 (바벨 빈바, 2.5, 2.5)

2021.06.03 - 딥스 10개*1세트, 싸이클 20분, 딥스 10개*3세트, 레그레이즈 12개*3세트, 깔짝풀업 10개*3세트, 싸이클 20분


2021.06.09 - 스트레칭 17분, 레그익스텐션 20개*3세트 (10, 15, 15), 발목찍기 20개*2세트, 러시안트위스트 20개*2세트, 레그레이즈 20개*3세트, 딥스 10개*5세트, 싸이클 30분, 풀업 11개 (밴드없이 4회, 밴드풀업 7회)


2021.06.10 - 푸쉬업 10개*1세트

2021.06.21 - 푸쉬업 50개, 싸이클 20분

2021.06.24 - 푸쉬업 30개

2021.06.28 - 레그레이즈 10개*3세트, 스쿼트 15개*3세트 (2.5, 5, 5), 싸이클 20분

2021.06.30 - 크런치 20개*3세트, 바벨로우 15개*3세트 (빈바), 싸이클 22분

2021.07.05 - 깔짝풀업 30회

2021.07.07 - 싸이클 30분, 레그레이즈 10개*4세트

2021.07.27 - 레그익스텐션 20개*3세트 (10, 10, 15), 레그컬 20개*2세트 (10, 10), 싸이클 30분

2021.08.04 - 레그레이즈 10개*3세트, 스트레칭 20분

2021.08.05 - 싸이클 30분, 러시안 트위스트 10개*3세트, 온갖풀업 30개, 삼두 10개씩*3세트 (1, 1, 2)

2021.08.17-무릎강화운동 24개*3세트, 크런치 20개*3세트, 스쿼트 15개*3세트 (2.5, 5, 7.5), 온갖풀업 15개. 스쿼트 마지막에 7.5키로 짜리 원판 양쪽에 끼우고 하다가 마지막 내려놓을 때 척추 꺾이는 줄 알았다. 다음부턴 조심..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예전에 잠실은 섬이었다. 
-『강남의 탄생』, p. 120

 

이 한 문장을 읽고 충격을 받아 『강남의 탄생』을 여러장 뒤적거렸지만 지도를 찾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보완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개발전 (1963년)>

  • 1960년대 당시 한강은 광진교를 기점으로 북쪽 신천강남쪽 송파강으로 갈라졌음
  • 당시 실질적인 물줄기는 송파강이었고, 신천강은 한강 범람 등으로 일시적으로 생기고 사라지곤 했음.
  • 그래서 『강남의 탄생』 저자가 잠실섬이 40여년 전에는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 가깝다고 한 듯
  • 잠실도 (약 360만평)와 부리도 (약 30만평)는 신천강송파강 사이에 있던 섬
  • 1960년대 초 잠실도에 거주하는 세대수 (56가구 383명)는 많지 않았으며, 자주 수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보임.

 

1965년 12월 25일자 경향신문 (사진 클릭시 이동)

 

<개발뒤 (1978년)>

  • 1962년 제정된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한강변에 여러 공유수면 매립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잠실도 그 결과물 중 하나
  • 1971년 한강 개발 사업에서 잠실섬 남쪽의 송파강을 메우고 북쪽의 신천강을 넓혀주는 작업 진행.
  • 한때 건천이었던 신천강이 한강 본류가 되고, 송파강은 석촌호수 정도만 남기고 메워졌음. 

 

매립공사 이전에 진행된 물막이공사가 제대로 허가받지 않았다는 등, 다른 디테일은 많지만 일단 생략하겠다. 지형 변화를 이해해보겠다고 한겨레 기사에 나온 지도를 따라 그렸더니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석촌호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구나! 원래 송파강의 일부였구나.. 신기하다.

 

<참고자료>

  1. 『강남의 탄생』, 강희용,한종수 著 → 흥미를 굉장히 유발하는 문장을 던져주었지만 지도 없이 워딩으로만 설명해서 지형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2. '뽕밭이 ‘콘크리트숲’ 으로', 한겨레, 2005.02.13 (링크) → 본 포스팅에 첨부한 지도는 이 기사에 나온 지도를 보고 따라 그린 것이다.. 『강남의 탄생』의 잠실 내용도 이 기사를 많이 따다 쓴 것 같다.
  3. 서울속의 落島 蠶室마을 딱한事情, 경향신문, 1965.12.25 (링크) → 개발이 시작되기 전 잠실이 문명의 이기로부터 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 [서울 만들기] 17. 공유수면 매립, 중앙일보, 2003.09.25 (링크) → 공유수면 매립은 잠실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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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분리수거를 하러 오피스텔 정원으로 나오다가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들 입장은 다르니까, 최대한 위협이 되지 않게끔 멀찍이 떨어져서 분리수거 장소로 가려고 했다. 지나칠 때 움찔하면서 피할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고양이는 나를 가만히 주시하더니 몇 걸음 나를 향해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프로관종러로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내려가서 페트병,비닐봉지도 꾹꾹 지정장소에 우겨놓고 2층 정원으로 다시 올라섰는데... 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귀한 순간이다, 나는 직감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서 예전에 길고양이 주려고 사두었던 Whiskas 1봉을 집어들고 2층 정원으로 헐레벌떡 나갔다.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녀석을 황망하게 찾다가 용기를 내어서 "고양아"라고 불러보았는데, 고맙게도 뒤에서 나타났다. 가지고 온 플라스틱 그릇에 Whiskas를 짜서 애 앞에 들이밀었다.

 

고요함과 차분한 기쁨이 내 마음을 다녀갔다. 그 전에만 해도 깊은 무기력증에 빠져 도대체 나란 인간의 쓸모는 어디에 있는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고양이가 머리를 박고 식사하던 순간만큼은 온전한 행복을 느꼈다. 이 작은 생명체가 나한테 식비를 줄 것도 아니니, 대가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이 그 순간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로부터 몇주 지난 지금, 아직도 허덕이며 버티고 있다. 일과를 처리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그 와중에 내가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요즘은 그럴 땐 플라스틱용기에 주먹만한 얼굴을 들이밀고 배를 채우던 고양이를 떠올린다. 그 귀여운 친구, 그래도 내가 한끼는 먹였다.

 

고마워 고양아. 좋은 기억을 선물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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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둘러보다가 모구모구 딸기맛을 보고 호기심에 집어왔다. 리치맛과 복숭아맛을 이길 턱이 있나, 하고 별 기대를 안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스크류바 맛이다. 인공적인 단맛이 진해서 두 병을 연달아 마시면 혈당이 급상승할 것 같다. 

 

사회인 초년생 시절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서 편의점 아이템으로 군것질을 하곤 했는데 단골메뉴 중 하나가 모구모구였다. 320ml 한병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항상 두 병을 사마셨지만 그래도 허전했다. 계속 입에 뭘 넣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일은 밀려 있고 진도는 생각만치 나가질 않으니 뭐라도 바쁘게 놀려야 겠다는 강박에 입을 바쁘게 놀렸던게 아닐까.

 

당시로부터 4년 넘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사생활이 어렵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사실은,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게 스트레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매일 같이 모구모구를 두 병씩 마시고 있지는 않으니. 

 

(마태복음 6장 33절~34절)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시편 127편 2절)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어쩌면 불안한 마음상태라는 것도, 내가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다. 하루하루가 주님의 은혜 가운데에 있음을 떠올리며 단호하게 잠에 들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가벼워 보이는 제목 뒤에는 가볍지 않은 고찰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안의 요모조모를 곱씹어 본 뒤 장기하가 내린 결론은, 세상사 중 상당부분은 크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이 싱거운가? 하지만 싱거운 음식이 몸에 좋듯이 싱거운 결론도 정신건강에 좋다. 단순한 한줄짜리 결론을 위해서 260쪽 남짓의 책을 쓴 것은 "상관없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독자를 설득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과정 말이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인생스텝이 종종 꼬이는 인간인데, 장고 끝에 심플한 결론을 내리는 장기하의 사고방식이 신선했다.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복잡한 결론을 내란 법은 없는데 말이지. 시도해봄직하다. 인상 깊었던 몇가지 구절을 인용하고 서평을 이만 줄이고자 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산다. 그런데 이것은 달리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한다. 물론 공연이라든지 녹음이라든지 정해진 일정이 있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 일정들도 따지고 보면 매일 고민한 결과로 생긴 것들이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나는 잠에서 깨는 순간 출근을 하는 셈이다. 정신이 들자마자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 자신은 그리 자주 대답해주지 않는다. 대답을 듣더라도 불명확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뾰족한 수 없이 하루를 지나 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너무 실망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크게 좌절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의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 퇴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 퇴근이라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정해진 장소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뇌만을 이용해 내 뇌를 퇴근시켜야 한다. 그것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나 역시 아직 연구하는 중이다.
   -'자유의 그늘' (116~117쪽) → (사견) 재택근무의 고충을 잘 알 수 있는 문단이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롭다고 자부하는 나의 삶도 늘 시원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퇴사에 관한 산문들을 읽으며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직장인분들이라면 십중팔구 나 같은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나는 삶이란 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더 외로워질 것도 각오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자유 따위 좇아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에서만도 여러번 반복했지만 나는 자유를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고, 따라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분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오늘 하루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지 못했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누렸던 무언가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하루종일 막막함에 시달렸고 그래서 방금 밤 산책을 하며 쓸쓸함을 느끼긴 했지만 어쨌건 오늘도 마음대로 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자유의 그늘' (119~120쪽)

 

다가오는 방식이 제각각이니 내 기분 역시 그때그때 다를 수밖에 없다. 가끔 너무 무례하게 말을 거는 분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어느 정도는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내 직업은 기본적으로 관심을 먹고사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헐, 대박, 장기하!' (122쪽)

 

나는 사람의 죽음도 일몰을 바라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유학길에 오르는 친구를 배웅하는 일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은 분도 있을지 모른다.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조심스레 되묻고 싶다. 혹시 일몰을 바라보고 연인과 헤어지고 친구를 배웅하는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 

   -'만약 의견을 낼 수 있다면' (237~238쪽)


아 참, 그리고 '상관없는 거 아닌가'로 시작해서 '상관없는 거 아닌가'로 끝나는 수미상관 구성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프롤로그 (13쪽)
에필로그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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