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두 번 방문하였다. 

 

재차 방문을 하게 된 연유는, 인터넷에서 보게된, Dome 지붕이 얹어진 도서관 내부를 보려고 걸음한 첫번째 방문에서 헛탕을 쳤기 때문이다. 도서관 자체가 그리 큰 줄 모르고 Redmond Barry Reading Room과 Cowen Gallery에서 서성대다가 도서관 마감시간이 다 된 것이다. 내가 본래 가려고 했던 열람실 이름은 La Trobe Reading Room이었는데, 그런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무대뽀로 갔으니.. 예견된 수순이었다.

 

뭐 Redmond Barry Reading Room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고 포기하려다가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서 다시 가보게 되었다.

La Trobe로 가기 전에 심기일전 할 겸, 도서관 내 북샵 (Readings)에서 간단한 구매를 하고 도서관 내 카페에서 플랫화이트를 수혈했다.

(참고로 호주 커피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건 라떼류 한정인듯 하다. Long black (아메리카노)를 여러번 시도해보았으나 맛이 너무 강했다. 물을 두배로 넣어 희석시켜도 회생이 안 될 것 같은 시고 떫은 맛이었다.)

 

친절한 도서관 안내요원에게 Dome 형태의 열람실이 어디 있냐고 문의하여 드디어 La Trobe 열람실 입성. Redmond Barry 열람실을 가로질러서 Cowen Gallery를 지나쳐야 했다.

드디어 입성!

 

La Trobe의 멋진 내부를 찍고 싶다면 다시 엘베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엘리베이터 대수는 한정적인지라, 엘베 타기 위해 다소 기다려야 했다.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떤 느낌이려나. 이런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경내에 둔 멜버른 사람들이 부럽다.

 

 

재빠르게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와서 열람실 책상을 이용했다. 책상자리 하나하나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노트북 작업하기에도 좋다. 

책상 상판은 검은 가죽으로 덧대어져 있어서 오래 되었음에도(혹은 오랜 세월을 견뎠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그리고 책상 가운데에 힌지와 고리가 있는데, 저 고리를 들어올리면 독서대 용도로 각도를 조절하여 책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앤티크함마저 취향 저격..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주변 눈치를 살피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옆에서 사람들이 떠들건말건 크게 신경이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층고가 높아서, 햇살이 돔지붕을 통해 밝게 스며들어서, 소리가 높이높이 올라가서 녹아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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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에 걸쳐 두개의 좌석을 예매해두었었다. 하나는 Rod Laver Arena 좌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Margaret Court Arena. 기본 입장권인 Ground pass가 아니고서야, 보통 경기장과 Day/Night session을 선택한 다음, 원하는 좌석을 고르게 된다.
(여담인데 Margaret Court Arena는 Rod Laver Arena 옆에 붙어있어서 실내통로로도 이동가능하다. 그걸 모르고 Margaret Court Arena 찾느라 한참 돌아다님)

어느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지, 또 그 선수가 어떤 경기장에 배정받을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무식하게 흥행성 있는 경기가 배정되곤 하는 Rod Laver 그리고 Margaret Court Arena를 예매해두었다. 선수를 가까이 보고 싶으면 돈을 많이 내면 된다. 하지만 1,2순위 코트를 예매한 것만으로도 출혈이 심했다.

꼭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구경하는 축제분위기이다. 호주오픈 관람경험이 전혀 없어서 Ground pass를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탁트인 공간에서 친구랑 치킨 버거 뜯으면서 대형스크린 보는 재미라든지, 대회초반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싶었다. 경기는 관심없고 AO 기념품만 사고 싶대도 어차피 AO Precinct에는 입장해야 하므로 최소 Ground pass는 구매해야 한다.

AO Precinct에는 경기장 외에도 Venue가 즐비했다. Polo Ralph Lauren, New Balance 등 다양한 판매대가 입점해있어서 어수선했다. 그런데 이것들은 공식 기념품샵(AO Shop)이 아니다. 공식 기념품샵은 Centrepiece에 있다.

여기서 기념품 몇개 줍줍했다. 돈만 많다면야 더 쓸어오고 싶었지만 가격이 사악하다고 느꼈다.

경기는 어땠는가. 현장감이 다했다. 조코비치가 짜증내는걸 내 눈으로 목격하고, 벤 셸튼이 날리는 오묘한 킥서브를 지켜보고, 여러사람이 소리높여 매디슨 키스를 응원하는 한복판에 있는, 그 현장감이 분명히 있었다. 관중과 함께, 내가 관중의 일부가 되어서 지켜보는 현장감.

하지만 TV중계가 직관에 비해 그 재미가 크게 덜하지도 않다고 느끼는 것은.. 그랜드슬램의 이모저모(네임드선수에게 싸인을 받는다든지..)를 아직 충분히 음미하지 못한 내게 책임이 있는걸까? 다음번에 그랜드슬램 직관 가게 된다면 직관은 한번으로 충분하며 (대신 아주 맨 앞좌석을 잡아야겠다) 이후 일정은 기본입장권으로 때워야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참 Rod Laver Arena는 경기 전에 지붕을 닫고 조명쇼를 하는데 그게 멋있었다.

직관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이쯤 마무리 하자.


<Rod Laver Arena>

 

 



<Margaret Court A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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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주여행의 주 목적은 호주오픈 관전이었기 때문에 멜버른에 주로 있었다. 7일은 멜버른을 충분히 음미하기에 짧은 시간인 것 같다.

멜버른은 해가 정말 늦게 진다. 위 사진들이 밤 8시 30분~9시경 찍은 것들이다.

분명 호주는 지금 여름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생각한 그 여름날씨가 아니다. 분명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긴 했지만 땀이 잘 나지 않았다. 건조해서인지 일교차가 커서 아침 찬공기에 떨며 일어났다.

호주에서 현금을 만질 일은 거의 없었다. 카드 말고 현금을 내밀겠다는 말이 입 밖에 떨어지지 않아 결국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겨우 소진했다.

호주는 주마다 분위기와 제도가 매우 다르다고 한다. 교통카드마저 다르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채 하루도 안 있을 시드니에서 오팔카드를 구입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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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시흥시 들를 겸 인근 카페를 검색해봤더니 빅트리가 눈에 띄었다. 우드캐빈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리뷰가 많아서 궁금해졌다. 일단 출발~


카페는 근교에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빌딩 한 채 밖에 안 보여서 '대관절 어디에 야외공간이 있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빅트리는 실내공간에 먼저 들어서야 뒷편의 야외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야외의 우드캐빈을 사용하려면 한시간 반에 대해 15,000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실내공간에서 먼저 주문을 받는듯 하다.

(참, 여기 화장실은.. 아주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기본 이상은 한다. 일반적으로 깔끔한 화장실 수준.)


실내공간도 꽤 널찍한 편

페퍼민트 하나 (6천원)에 우드캐빈 한시간 반 사용료 (15천원) 내고 야외공간에 입성했다.

이때 찍지 못했지만.. 우드캐빈 공간 이외에도 야외 테이블이 많아서 우드캐빈 사용료가 아깝게 느껴진다면 테이블에서 쉬어도 되겠더라.

좌우지간 지정된 번호의 우드캐빈으로 이동했다.



5월의 볕 좋은 날씨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사적인 공간에서 누리니까 좋았다. 원체 굼뜬 성격인지라 한시간 반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다시 올 의향이 있다. 물론 시흥시에 향후 들를 일이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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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은 애저녁에 끝났지만. 무엇이 나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었는지 기록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제주도까지 와서 굳이 독립서점을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으나 네이버지도에서 우연히 본 '북앤띵즈'의 창밖 한라산 풍경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다행히도 여유가 생겨서 경유지로 잠시 들르게 되었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리자마자 빽빽히 우거진 잎사귀들과 귤꽃향이 입구에서부터 나를 환영해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야자나무(?) 길을 따라오다보면 작은 건물이 있는데 2층은 민박집으로 사용되는 듯 보였다.

'북앤띵즈'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한라산 풍경은 기대했던 대로 멋있었다. 그래서 내부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촬영 자제 문구가 걸려 있어서 몇 장만 겨우 건졌다. 사장님께 결제하면서 물어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는 찍어도 괜찮은데, 공간 내부에 사람이 있는데 촬영음을 시끄럽게 내면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될까봐 그러한 안내문구를 걸었다고 하시는 듯 했다.



서점을 둘러본 한줄평 : 이렇게 작은 공간에 어떻게 이렇게 구미가 당기는 책들만 모아놓으셨을까?

책 3권 정도 더 담고 싶었지만, 집에 읽지 않고 켜켜히 쌓아둔 책들이 눈에 선해서 딱 한 권만 샀다. 눈에 담아둔 책은 아래와 같다.

  • 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 : 책의 온기를 유지하는 유료 독서모임 운영법

 


책갈피도 내 취향이고... 제주도에 오게 된다면 다시 한번 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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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원래는 한라산 윗세오름 영실코스를 가려고 했던 것인데 날씨도 궂고 코스가 쉽지 않아서 3분의 1 지점에서 포기하고 내려왔다.

코스 시작지점인 상부주차장에서부터 구름과 하이파이브를 함..
몰라 무서워...
포기하고 내려오니,
날이 개기 시작하더라;;

결국 차머리를 돌려 방주교회로 가보았다.

방주교회는 몇 년 전에 익히 포도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는 운전이 익숙치 않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방주교회에 가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되는구나.

가는 길은 한적하고 평화로워서 긴장과 기대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기대하던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전조현상 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고조되었다.

드디어 -

하단의 흰 페인트, 원래는 OUT이라 적혀있던건데 잘려서 100처럼 보인다 (ㅎㅎ)

어떻게 이렇게 지었을까. 경탄하면서 교회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교회의 앞면, 옆면, 뒷편 모두, 눈에 담아도 담아도 모자랐다. 제주도민이 아니니 나로써는 사진으로 담는 수 밖에 없다.


 


안에 기도하시는 분들도 있고 성전이라는 생각에 내부사진은 이것밖에 찍지 않았다.

내부에도 햇빛이 들어와서 나무의자들에 부딪히며 따뜻한 분위기를 내었다.

히브리서 말씀을 담은 액자가 있던데, 그 말씀은 이러했다.

[히11:7]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준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죄하고 믿음을 따르는 의의 상속자가 되었느니라





옆에는 방주카페라고 부속카페가 있는데,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통유리로 시야가 트인 카페 안에서 방주교회와 그 부근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밖에 나가 걸어보니 정원이라고 해야하나, 돌담길과 관목, 꽃가지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예쁘다는 말만 반복했다.

 




가을도, 겨울에도, 참 근사하겠지. 다른 계절에도 방주교회에 가보고 싶어라.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는, 삼별초의 항몽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은 물론이고 그저 자연경관과 공기를 만끽하고픈 사람도 모두 환대받는 곳이다. 나무와 꽃이 드넓은 부지 곳곳에 심겨있는데, 이곳만큼은 바다와 상관이 없다는 듯 달큰한 나무내음 꽃내음이 부지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해발고도 200미터 정도의 고지대이다 보니 주변일대에 내리쬐는 햇볕은 모조리 항파두리 유적지가 흡수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식물들이 햇볕에 말갛게 내놓고 열심히 일광욕을 하고 있는걸 보니, 갑자기 행주산성과 남한산성도 이렇게 높은 지대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떠올랐다. 항전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거군..(당연한 사실22222)




유적지를 모두 돌지는 못하고 5번 나홀로나무를 보고 1번 항파두리항몽유적지에서 전시된 내용을 보고 왔다. 잰걸음으로 하면 혹자에겐 20분컷일 수도 있었겠으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고 전시관 설명을 유심히 보다보니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경치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는데.. 폰카 따위는 담을 수 없는 분위기와 구도였다. 그래도 일단 개중 몇개 추려서 올려본다.



 

 

 

 

 

 

 

나홀로나무는 멀찍이나마 두 친구나무를 좌우에 두고 있더란. 나홀로나무가 아니라 삼총사나무로 명칭이 바뀌어야..ㅋㅋㅋ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 입장료는 무료였음.

 

들어가서 바로 좌측에 전시관이 있다.

 

삼별초의 항몽 루트를 보여주는 지도





네이버 지도를 살펴보다 우연히 발견하여 들른 것인데.. 마음에 확 박혀부렀다. 언젠가 또 제주도를 온다면 꼭 다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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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며 송화가루가 기관지를 괴롭히는 나날들이지만, 해가 길어지고 신록이 돋아나니 확실히 생동감이 넘친다. 교통체증에 옴짝달싹 못해도 나쁠 것이 없다. 나무들에 둘러싸인 정자를 눈에 담을 뿐만 아니라 사진으로도 남길 짬이 생겼으니 말이다.


네이버지도를 찾아보니 효사정 공원이라는 것 같다. 그 너머에는 한강이 있다는데, 초행길이라 몰랐던 부분이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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