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다는 것은 일단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격이 강한지, 약한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은 예민함과는 상관이 없다.
-Chapter “1장-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미숙한 시절 나는 사람들과 많이 다투곤 했다. 친구 사이나 가족 구성원을 중재하다가 그 불똥이 오히려 내게 튄 적도 많다. 누군가 농담을 하려고 뜸을 들이면 나 혼자 의도를 알아채 먼저 낄낄 대버려서 분위기 상 엇박자를 탄 적도 있고, 도리어 자극 하나에 얽매여서 프로젝트 진도를 빼지 못한 경험도 있었다.
내 삶의 고통은 상당 부분 타인들과 나의 상황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그게 그리 떠들썩하게 굴 문제냐고 반문하고는 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내 주장에 동조를 해주는 사람이 몇 생겼다. 기뻐해야 할 일인데, 난는 도리어 '그러면 안 되지. 이러면 정말 그 상황이 문제여서 이슈화된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 난리법석을 피워서 내 주장이 먹힌 것 같잖아.' 라며 다시금 심적으로 방황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식으로 고통받아왔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16 Personalities에서 무료테스트를 해봤는데 INFP-T란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예민보스도 이런 예민보스가 없다. 어쨌든.
스스로의 성격이 너무 피곤한데 또 고치기에는 너무 늦어서 예민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을 두 권 정도 집어들었다. 하나는 '센서티브 (일자 샌드 저)'이고 다른 하나가 '예민함이라는 무기'였다. 특히 '예민함이라는 무기'에서 가장 큰 위로를 얻었는데, 몇가지 문구를 나열하려고 한다. 본인의 민감한 성격에 고통받는 분이 계시면 아래 문구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과거에 나는 내담자들과 더불어 늘 빗나간 노력들을 해왔다. 주변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들, 되도록 둔감해지려는 노력들을 해왔던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본모습과 다르게 살려는 노력들이었고, 자연스러운 지각을 포기하고자 하는 헛된 노력들이었다. 그렇게 노력하는 가운데 자기 지각이 희생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지각은 사그라드는 듯하다 다시금 고개를 들고 찾아왔다.
-Chapter “들어가며”
#2
스스로를 제때에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삶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러면 외부 세계와 접촉할 때마다 에너지를 잃게 되고, 자기 색깔을 내고 선을 긋는 데 문제가 생긴다. 반면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중심을 잡고, 자기 정체성과 경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Chapter “들어가며”
#3
예민하다는 것은 일단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격이 강한지, 약한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은 예민함과는 상관이 없다.
-Chapter “1장-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4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감지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빠르게 깨닫는다.
-Chapter “과소평가된 독특한 기질”
#5
또 고반응군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두뇌 연구에서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의 특이성이 확인되었다. 아론이 말하는 고민감성과 마찬가지로, 케이건이 주장하는 고반응성은 유전된다.
-Chapter “과소평가된 독특한 기질”
#6
예민한 아이는 지각이 굉장히 섬세하다 보니 이중의 메시지나 숨은 메시지를 한결 더 잘 감지한다. 배경을 짐작할 수 있고, 하지 않은 말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종종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모순될 수도 있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7
이제 예민한 사람은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껏 얼마나 맞추어주느라 힘들었는지를 잘 모른다. 단지 지금 당장의 거슬리고 튀는 행동만이 부각된다. 예민한 사람들은 이처럼 억울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집스런 태도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8
이렇게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람이 뒤늦게 생각을 거듭해서 이룩한 자신의 입장으로 그간 부족했던 자기중심성을 만회하고자 하면, 상당히 부자연스런 상황이 펼쳐진다. 그럴 때 그는 매우 이론적이고, 잘난 체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고, 독선적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 경우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주 고집 세고, 모난 사람처럼 여겨진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9
예민하지 않은 아이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가족 내의 불균형, 부당함, 숨겨진 문제들에 대해 잘 지각하지 못한다. 반면 예민한 아이는 가족 상황을 빠르게 읽어내어 더 쉽게 말려 들어갈 수 있다. 더욱이 자기자신보다는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꾸 얽힌 걸 풀어내려고 한다. 이런 일은 의지적으로 일어나거나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가족 내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느라 본인은 정작 희생자나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예민한 아이는 스스로 손해 보거나 아웃사이더가 되는 걸 감수한다. 아이의 이런 수고에 보상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다. 가족들의 감사가 주어지기는커녕, 스스로 멸시와 비하를 당하고 배제되기 십상이다.
-Chapter "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부모의 욕심"
#10
예민한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이 점을 의식하고 아이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식의 성장을 이루는 모습, 스스로를 펼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럴 때에야 아이들 역시 자유롭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가게 된다.
-Chapter "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부모의 욕심"
#11
그러나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할 때에는 이런 강한 면모들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예민한 여성이 자신의 한계를 훌쩍 넘어버려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예민한 여성 스스로도 자신을 돕는 사람으로 여길 뿐,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여기기 힘든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도움이 필요할 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다. 결국 슬럼프가 찾아오고, 이때 그들을 붙잡아주거나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Chapter "여자는 당연히 예민하다고요?"
#12
휴가를 받은 어른들이 다른 환경에서 스스로 기분 전환을 하고자 여행을 떠나는 경우, 예민한 아이들은 낯선 환경을 특히나 힘들어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든 경우 계속해서 칭얼대면서 부모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아이들은 휴가를 두 번, 세 번 같은 장소로 떠나서 같은 역이나 같은 숙소에 반복적으로 갈 때 안정감을 느낀다.
예민한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놀이나 스포츠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려면 망설이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Chapter "예민한 아이들에겐 시간을 주세요"
#13
특히 이상화의 위험은 예민한 아이에게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민한 아이가 상황을 잘 파악하고, 두루두루 빠르게 이해할지라도, 그 아이는 여전히 아이이며, 아이가 될 권리가 있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Chapter "예민한 아이들에겐 시간을 주세요"
#14
즉,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를 지각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그것을 넘어 자신의 지각을 지각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Chapter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기르기"
#15
지각은 걸러내기 과정이다. 한순간 지각할 수 있는 자극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자극을 지각하려면 여타 자극을 지각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
-Chapter "자극으로부터 중심 잡기"
#16
현대사회에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무한한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에 뿌리박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무제한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최고에 도달하지 못하면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릴 뿐이며, 오로지 강한사람과 성공한 사람을 두둔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예민한 사람들도 이런 생각에 쉽게 유혹당할 수 있다. 물론 선을 긋고 경계를 설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생각 속에 있으면 기존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경계는 어디일까? 스스로 지각하지 못하고, 늘 바깥으로만 주의를 돌리며 살았던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경계를 잘 알지 못해서 스스로를 존중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경계를 지킬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Chapter "나를 보호하는 경계 짓기"
#17
경계를 존중하고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신체와 접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를 센서로 활용해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바로 이 부분에서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소속감, 인정, 평판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주느라 자신의 신체 지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Chapter "나를 보호하는 경계 짓기"
특히 우리는 15번과 16번 문구를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선수가 경기 한판 뛰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하듯이, 우리도 주기적으로 휴식시간을 취해주어야 센서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센서가 재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팩이 9%인데 주변사람들이 정서적/사무적인 도움을 요청해오면, 마음이 아플지라도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꽤 정확한 센서를 달고 태어났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배터리팩이 부실하다. 그렇기에 센서를 사용할 때와 아닌 때를 분별할 능력과, 센서를 부지불식간에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재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물론 고퀄의 센서와 고용량 배터리팩을 둘 다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겠으나, 이 책은 그런 행운아를 위한 책이 아니다.
본인의 성격이 스스로를 힘들게 해서 우연히 이 페이지에 닿은 분들, 부디 본인의 센서를 걸림돌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아껴주시기를. 남의 요구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본인의 니즈에도 적절히 반응해주시기를. 감당못할 희생만 연이어 하다가 자기연민에 빠지지 마시기를. 그리고 그 예리한 센서로 예술의 아름다움, 자연의 경이로움, 학문의 지혜로움에 누구보다 큰 감동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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