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비양도

나 정말 쉽게 사람 좋아하고, 사람에게 다가가고, 털어놓고, 기대곤 했었는데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수다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적이고 예리하고 이해심이 많은 친구를 알게 되었다.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면 으레 그래왔듯, 그 친구에게 인생의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위로 받고 싶었다. 잠깐, 기시감이 드는데. 지나치게 솔직했기 때문에 급속도로 친해지고 바로 그 이유로 뒤도 안 돌아보는 사이가 된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그 소중한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치부를 까발리는 플라토닉 바바리맨을 자처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반성은 반성이고, 위로 받고픈 마음은 그대로 응어리져 남아 있다 보니 망상이란 것이 폭발하고 있다. 그 망상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근심을 솔직히 털어놓게 되고, 친구는 내 고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내 처지를 마음 아파하며 위로해준다.. 

 

(속마음: 꼭 이렇게까지 상상을 해야 하나? 어휴)

 

친구가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상마저도 불가능했겠지.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이 이런 마음인가 싶다. 나는 조금 더 견딜 용의가 있으니 현실 속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