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각한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강남의 탄생' (한종수, 강희용 저)를 몇달째 끌어안고 있다. The Screwtape Letters와 함께 진도가 안 나가는 책 중 하나이다. 언제쯤 완독할지 기약이 없는고로, 책 읽는 중간중간 소소하게 몇자 끄적이는 편이 나을 듯 하다.
# 아쿠아아트 육교
더구나 '시원'하게 뚫린 남부순환도로가 앞을 가로지르고 있어 예술의전당을 찾은 시민들은 마치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예술의전당은 지금까지도 "섬처럼 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물론 관계자들도 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
세월이 지나 다시 기회가 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시절에 진로가 인근에 종합 유통 단지를 만들려다가 실패하면서 부근의 땅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군인공제회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 땅을 사들였다. 그러자 인허가권을 가진 서초구청은 이때다 싶어 군인공제회에 쇼핑몰 계획을 다시 내놓았다. 그러나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군인공제회 쪽에서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타협안이 나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예술의전당과 남부터미널을 연결하는 55억 원짜리 아쿠아아트 육교였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예술의전당의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7장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잠실' 중 '예술의전당 이야기'
진로가 애당초 계획했던 부지, 아쿠아아트의 위치 등을 찝어주는 지도라도 첨부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은 그 점이 아쉽다. 예술의전당과 남부터미널을 아쿠아아트가 긴요하게 연결시켜주는지 네이버 지도로 찾아보았다.
확실히 예술의전당 근처에 횡단보도가 많지 않아서, 그 중간에 생긴 아쿠아아트 육교가 도보 이용객의 접근성을 아주 약간 개선시키긴 했을 듯 하다. 횡단보도가 한가람 미술관에 하나 있고, 한참을 가서 우면삼거리 쪽에 또 하나 있는 격이니 말이다. 그래도 예술의전당이 주거지역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뒤에는 우면산으로 막혀 있으니, 육교 하나로 개선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전당으로 바로 갈 수 있게끔 지하보도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면 현대수퍼빌 등 주거시설의 지반이 약해질테니 주민 반대가 심하려나.
참, 번외로 아쿠아아트 육교의 시공도 현대건설이 맡았다고 한다. 현대건설이 손을 안 댄 곳이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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