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음'의 상태도 유익이 될 수 있다.

백해무익하다고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일들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통상 더 좋다.

그러나 유혹의 덫에 빠져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백해무익한 일을 저질러버리게 된다. 자각하고 끝의 끝까지 참아야하는 것이다.

지금 갤럭시 Z 폴드 6 구매를 참고 있다는 말을 이리도 길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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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읽다보니 많이 헤졌다.

지식을 어떻게 획득하고 갈무리하는지 - 에 대한 주제에 내가 환장하나 보다. 내가 아껴마지 않던 책을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 

  • '지적생활의 즐거움', P.G.해머튼 지음, 김욱 편역;
  • '약한 연결',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아무튼, 메모', 정혜윤 지음.

이번에 읽게 된 책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내 환심을 샀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집어들었지만, '책을 아껴가며 읽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독하게 된 진실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저자 김지원 님의 통찰력이 담긴 문장들 때문이었다. 문단 째로 옮겨 오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김지원 님이 '종이책'이라는 특정매체에 주제의식을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이북리더기를 잘만 사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종이책만이 가진 차별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자책이 어떤 면에서 열등한 것인지(?) 김지원 님의 생각을 알아내고 싶었다. 

종이책은 내가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지, 어떤 것은 손쉽게 읽고 버려도 될지, 어떤 정보는 읽지 않고 그냥 지근거리에 두어도 될지를 위계적으로 판단해 정리해 둘 수 있게 한다. 오히려 이 때문에 당장은 읽을 필요가 없는 정보에도 적정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사 두고 안 보면 된다.) 어떤 책은 오랜 세월 두고두고 먼지를 뒤집어쓰고서 "서가에 꽂힌 채 나를 노려보"다가, 결과적으로는 먼 훗날 때가 되었을 때 마침내 "내 인생의 책"이 되기도 한다. 아카다 아키노리는 이처럼 어렵지만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 책을 당장 읽지 않고 일단 서가에 꽂아 두는 것을 '책 재우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이에 반해 전자 텍스트는 북마크를 해 두어도 간혹 링크가 변경되거나 저자의 변덕 혹은 사이트 장애로 인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 Chapter '책은 다양한 읽기 경험을 돕는 도구다' (p.95 ~ p.97)
수력공학 • 원자력 • 수학 • 농업 등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 외국어로 된 서적이 가득 꽂힌 서가를 배회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모르는 세계의 부피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상의 읽기에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이 '서가 배회'를 통해 나는 어디에 가면 어디쯤에 어떤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를 어렴풋하게라도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나중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에 관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감각이 생기고, 필요한 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틈날 때마다 굳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다. 아마도 나의 독서 중 20퍼센트는 이처럼 때때로 서가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책등을 읽고 내키면 책을 꺼내어 표지를 읽는 '책등 독서'일 것이다. 

모든 책을 다 읽을 필요는 당연히 없다. 이렇게 책등이나 서문을 제외하고 '읽지 않은 책'들의 계보를 확장하다 보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원하는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 Chapter '책은 믿을 만한 지식의 지도다' (p.109)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종이책은 지식지도에서 내가 위치하는 좌표계를 알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데 그 차별점이 있다 하겠다. 이러한 종이책의 특장점은 (문헌정보학으로 체계화된)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결부되었을 때 극대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이라면 이북리더기가 한수 접고 들어가야 겠다. 책등읽기라든지 서가배회와 같은 활동은 어려우니 말이다. (그래도 이북리더기 나름의 간편함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북리더기와 종이책이라는 두 매체를 병행할 생각이다.)

김지원 님의 첫 책이라는데, 앞으로의 저작활동이 기다려질 정도로 즐거운 독서경험이었다. 무릎을 탁 치는 문장을 하나하나 다 옮기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면 책의 거의 대부분을 옮겨야 할 판이므로.. 몇 개 부분만 발췌하고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우치다 다쓰루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서 단순히 쉬운(=대중적인) 입문서를 쓰겠다면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예시를 가지고 오는 것은 독자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며, 상대에게 직접 말 거는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독자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비록 어렵더라도, 왠지 모르게 어떻게 해서든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즉 '중2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것은 결국 '중2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써라'와 다름없다. 정말로 내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은 검색을 하고 사전을 찾아서라도 읽게 된다. 단순히 평이한 단어를 쓰고 존댓말을 쓴다고 해서 읽고 싶은 글이 되는 것이 다니다. 반드시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의 글쓰기여야 한다. 

- Chapter '읽는 맛 • 읽을 가치 있는 • 읽을 수 있는 글' (p.42 ~ p.43)
2023년 이후, 생성형 AI시대에 언론계 및 출판계와 AI 업체 간의 갈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원천 정보에 대한 권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자, 인터넷에 대중없이 섞여 있는 수만은 정보(1차, 2차, 3차, 4차, 5차••••••) 가운데 결국 재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는 원천에 가까운 정보라는 것을 방증한다. 만약 AI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라면, 그게 뭐든 무조건 많이 쏟아부으면 된다고 한다면, 굳이 까다로운 샅바까움을 벌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Chapter '책은 원산지가 표시된 정보다' (p.81 ~ p.82)
그래서 본래 간결한 글을 좋아하지만, 서문에 대한 취향은 조금 다르다. 서문만큼은 거창하고 방대하고, 때론 장황하고 갈지자로 휘청이고 제 깜냥보다 욕심이 앞서는 글도 싫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서문에서는 자기 삶에 녹아든 질문 • 헤매는 모습 그리고 그럼에도 위로 어떻게든 1밀리미터라도 뚫고 나가려는 에너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서문이 실린 책에서는 저자의 미시사와 세계사가 아코디온을 접었다 펼쳤다 하듯 교차한다. 익숙하고 뻔한 것 • 향수를 주는 것 • 누구나 안전하게 동의하는 전통에서 저자가 갸우뚱거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순간, 서문은 책보다 더 커진다.

- Chapter '책은 서문이 붙어 있는 글이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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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건 아니라고 말하긴 해야 한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려면 몇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한데,

  • 비판의 대상을 사람에게 맞추지 말기. 특히 나는 이 부분을 정말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옳지 않은 행동만을 대상삼아 비판하기란 내게 어려운 일인지라, 결국 상대방을 판단하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견적내기란 쾌감을 일으키는 유흥거리일 뿐, 어떠한 영적 유익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내가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비판에 직면할 용기를 가질 것.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 나도 기꺼이 지적받아야 된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나는 비판 받고 싶지 않지만.. 이 사회에 옳지 않은 행동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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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테니스화 착화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업데이트를 해본다.


윌슨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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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남자 회원분이 윌슨 카오스를 신고 랠리하는 모습을 봤는데, 발이 가뿐해보였다. 빠른 발놀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 나는 바로 구매를 질렀다. 확실히 가볍긴 하다. 그런데 다른 테니스화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맛이 좀 적다.  당연히 일반 운동화보다는 발을 잘 잡아주기는 한다만, 지면에 닿는 면적이 좁은 것인지 좌우 움직임이 심했을 때 (마찰력이 적어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든다. 그래도 못 쓰겠다 정도는 아니다. 원래 테니스화 브랜드로 윌슨이랑 바볼랏은 쳐다도 안 봤었는데, 나로서는 이 신발이 모험이었던 셈. 


아식스 Court FF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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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동호인들이 신는 테니스화는 점차 아식스로 수렴해가는 듯 하다. 내 첫 아식스 테니스화는 친구의 추천으로 사게된 젤레졸루션 8인데, 무난함의 극치라고 평할 수 있겠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서 지면과의 마찰력이 안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고, 너무 갑갑하지도 않지만, 너무 물렁하지도 않다. 테니스화가 너무 무거우면 발이 느려지고, 너무 마찰력이 없으면 스윙에 힘이 안 실린다. 또 테니스화가 너무 갑갑하면 발이 아프지만, 너무 물렁하면 좌우 러닝하다가 정말 부상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식스가 테니스화 올라운더인듯.
 
먼젓번 샀던 젤레졸루션 8은 밑창이 닳아서 버리고, 아식스 Court FF 3를 구매해서 신고 있다. Court FF는 젤레졸루션 8에 비해서 소폭 무거운 감이 있다. 그리고 젤레졸루션 8에 비해 무게중심이 뒤에 가있는 느낌이 있다.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조코비치가 쓰는 아이템들은 다 무난무난하고 밸런스가 좋아보이는 효과가 있는데, 테니스화의 경우 아식스가 그렇고, 라켓 카테고리에서는 헤드가 무난함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지 않나.. 하는 뻘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한줄평 : 윌슨 카오스, 아식스 젤레졸루션 8, 아식스 Court FF 3를 비유해보자면, 윌슨 카오스는 바람막이, 젤레졸루션 8은 코트, Court FF 3는 갑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 또한 뻘스러운 생각이다. 
 


 
내게 테니스 아이템 시장은 독특해보인다. 라켓, 볼, 의류, 신발시장을 주름잡는 선도업체가 다 제각각이다. 라켓은 헤드/윌슨/바볼랏/요넥스가 평정하고 있는데, 신발은 아식스/나이키/아디다스가 메이저업체이고, 볼은 윌슨/바볼랏/헤드가 주름잡고 있다. 의류는 각축전인 듯. 테니스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높아지면 모든 아이템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이것도 (마케팅과 같은) 경제적/사회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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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 [Things] - 테니스화 3종 착화기 (나이키, 아디다스, 요넥스)


[누가복음 12:24]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고양이가 맨홀 뚜껑 위에서 퍼질러 자고 있길래 다가가보았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는 고개를 들었으나 이내 잠을 다시 청했다.

인생사 이미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셨다는 생각은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급박한 일이나 욕심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인본주의적 마음이 든다. 내가 뭘 해야 한다는 생각.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

내가 내 인생이라는 책을 직접 써내려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어깨부터 무겁고 부담이 느껴지고 공황에 빠진다. 반면 내 인생 책은 하나님께서 다 써놓으셨고 나는 그 책에 몰입해서 읽는 독자일 뿐일라고 생각한다면 책을 읽다가 저 고양이 처럼 평온하게 오수에 들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찾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유튜브 피드도 자연스레 북튜버 채널들로 채워지고 있다.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에너지에는 뭔가가 있다. 미쳐돌아가는 세상에 장단 맞춰주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와 박자로 삶을 바라보고 살아내는 느낌이 있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동의해줄 것이라 (내 좋을대로) 생각한다. 나중에 한번 내가 즐겨보는 북튜버 채널 리스트도 한번 포스팅해볼 생각이다. 이런 소중한 삶의 태도는 더 알려져야 해..
 
리히트 책방 영상도 요즘들어 피드에 뜨기 시작했다. 한 청년(?)이 솜털 마이크(??)를 들고 (살짝) 어두운 방에서 꽤 명확한 태도로 텍스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채널의 영상을 몇개만 봐도 리히트 님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영상에서는 텍스트를 여러번 읽는 재독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대충 일독만 하고 다 아는듯 행동하는 자폐적 독서가 멸시를 당한다. 
 

 

참 이것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왜냐하면 나는 일일 독서량이 2페이지여도 만족하는 책린이이기 때문이다. 재독은 커녕 몇달에 걸쳐 한 권도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책린이... 그의 요구는 나같은 초보자가 아닌, 고급자 레벨을 대상으로 하는 말로 들리긴 한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저서를 수도 없이 읽었으며, 특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상 녹화일 기준으로 30회독을 했다는 리히트 님의 경험이 참 부럽다. 다회독을 통해서 내 인생에 기준점이 되는 텍스트가 생긴다는 일은 분명 고요한 희락을 약속해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나도 시도를 해볼까. 30회독까지는 엄두가 안 나고, 내년에는 이미 읽었던 책 중에서 괜찮았던 책을 재독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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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에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메르세데스 벤츠로 명맥을 잇는 칼 벤츠가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단기통 954cc 엔진으로 시속 16km 정도로 주행할 수 있었죠. 그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차가 바꿀 미래) 

Chapter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는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기술적인 내용이 도로상황 인식기능에 치중되어 있어서 조금더 쉽게 읽힌 탓도 있었다. 레이더, 라이더, 카메라와 같은 여러 센서들을 중첩하여 도로의 장애물과 차선을 구분하는 줄은 몰랐다. 그렇게 여러 센서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베이즈 정리를 통해 라벨링하여 도로상황을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인간인 나는 도로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를 계속 생각하며 읽으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챕터가 재미있었던 진짜 이유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몰고 올 도덕적 판단의 문제와 산업재편의 가능성을 짚어준 데 있었다. 도덕적 딜레마 부분에서는 마이클 샌델 아저씨가 이야기한 트롤리 문제 (한명의 희생과 여러명의 희생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가 회자되는데, 완전자율주행 개념이 도입된다면 이러한 가치판단 문제도 자율주행기계가 결정하게 될 것이란 생각에 섬짓해진다. 아래 대목을 읽자마자 '역시 인간만이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고개를 쳐들 수 밖에 없음..

도덕 기계의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딜레마에 관한 별도 연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의 76%는 10명의 보행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1명의 탑승자를 희생할 수 있다고 답변합니다. 그 편이 훨씬 더 도덕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자신 또는 가족이 그 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그래도 다수를 살리도록 하는 그 차를 구매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불과 19%만이 구매하겠다고 대답합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의 딜레마, 누구를 희생해야 할까?)

 
자율주행기술이 개발될 수록 모빌리티 서비스야 당연히 재편되겠지만, 숙박산업도 영향을 받으리란 생각은 못했다. 모빌리티 기술이 고도화되면 경유지에서의 숙박업 수요와, 덩달아 부동산 수요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말.. 내가 변화를 싫어해서인지 산업이 재편된다, 시장이 바뀐다는 말에는 자연스레 긴장이 된다.

대중교통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버스와 지하철 중심의 교통체계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골목마다 들어선 마을버스라는 개념도 재정의할 필요가 있겠죠. (...)

호텔 산업도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더 이상 중간 지점에서 숙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마치 야간열차 침대칸을 이용할 때처럼 이동 중에도 자율주행차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서 크게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미국처럼 큰 나라는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부동산 업계도 요동칠 겁니다. 자율주행차가 이동의 제약을 줄이면 대중교통이 편리한 입지의 의미가 많이 약화됩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기준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겠죠.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차가 바꿀 미래)

 
이렇게 자율주행 기능에 대하여 읽어보았다. 챕터 3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수학 교양서도 시도해봐야 겠다. 눈치코치로 읽어나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문과생이다 보니 베이즈 정리가 자율주행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컨볼루션 신경망 부분도, 개념을 이해하고 싶어서 유튜브영상을 몇개 찾아보았지만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 중고등학교 시절의 문제풀이용 수학공부에서 벗어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기 위한 수학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점.. 

 

다르파는 이른바 ‘미친 과학국’이라는 별명을 지닌 기관입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깜짝 놀란 미국이 이에 대응하여 창설한 군사적 목적의 연구기관입니다. 혁신적인 연구를 후원하는 정부기관으로도 유명하죠. 1969년에는 인터넷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아파넷ARPAnet을 개발해 유명해졌습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의 시작,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2004년에 개최한 첫 자율주행대회에도 상금 100만 달러가 걸려 있었습니다. 다르파가 이처럼 상금을 내건 이유는 군사적 목적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함이었죠. 미군은 보급품을 싣고 위험한 군사 지역을 통과할 때 자율주행차를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차량이 공격을 받거나 폭발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당시 미국 의회는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를 승인하면서 2015년까지 지상 군용 차량의 3분의 1을 무인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물론 2022년인 지금까지도 실전에 투입된 지상 군용 자율주행 차량은 1대도 없으니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이었죠. 어쨌든 대회 장소 또한 당시 이라크 전쟁(2003~2011년) 중이던 중동 지역의 전투 현장과 비슷한 캘리포니아의 모하비사막을 택합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의 시작,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이제 더 이상 네모난 물체는 바위이고, 움직이는 물체는 새라는 식으로 규칙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습니다. 스런이 “자동차가 스마트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세 가지 법칙이 아니라 수만 가지 법칙이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그렇게 많은 규칙을 일일이 입력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자율주행차는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라는 유명한 공식을 기반으로 운행을 해나갑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의 공식, 베이즈 정리)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널드 피셔(Ronald Fischer, 1890~1962)는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이런 베이즈 정리를 매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베이즈 정리는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거죠. 피셔를 중심으로 하는 통계 추종자들을 빈도주의자Frequentist라고 하는데, 이들은 베이즈주의자가 과학의 객관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빈도주의자들이 이해하는 확률은 출현 빈도수입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600번 굴려 4가 100번 나왔다면 확률은 정확히 1/6인 거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적인 통계 방식이기도 하며, 학창 시절에 우리가 배운 통계도 바로 이 빈도주의에 따른 겁니다. (...)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올 확률이 1/5.4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인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확률입니다. 주사위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주사위의 한쪽 면이 닳거나, 모서리가 뭉개지거나 하면서 말이죠.

아직도 베이즈 정리가 와닿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 결정의 원리를 떠올려봅시다. 시장에서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가격은 점차 조정되다가 마침내 균형에 이르게 되죠. 확률을 믿음으로 보는 베이즈 정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다가 균형에 이른다는 점에서 말이죠. 실제로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90)와 베이즈 정리의 토머스 베이즈는 동시대 사람이며, 두 사람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교육받았고,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76)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결국 이 둘은 대중이 지닌 지혜의 장점을 취하는 합의 추구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자율주행의 공식, 베이즈 정리) 

뭇사람들은 수학이나 과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무조건적인 진리라고 여길텐데, 그 옛날에는 베이즈주의자들과 빈도주의자들 간에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수학을 절대무오의 진리로 여기는 오늘날의 경향성을 보았을 때, 옛날 사회 분위기가 조금 더 건강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스피커와 비교해보죠. 카카오미니나 SKT NUGU가 100번의 발화 중 99번을 제대로 알아듣는다면 정말 훌륭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개의 정지 신호 중 99개를 제대로 인식하는 자율주행차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마찬가지로 박수 쳐줄 생각이 들까요? 자율주행 기능에는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 한번의 오인식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 3.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완전 자율주행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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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말했다시피, 5부 초중반부터 번역 문제로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현대지성 출판사로 넘어가게 되었다. 실은 처음부터 번역을 의식하였던 것은 아니고, 밖에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운 벽돌책인 관계로, 밀리의서재나 크레마클럽에서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현대지성 출판사 버전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두 출판사의 번역본을 비교하게 된 것이다.



제4부에서는 벤허가 중요한 조력자들을 만났다면, 제5부에서부터는 여러 도움과 본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벤허가 행동 개시에 나선다. 여기서 그 유명한 전차경주 장면이 나온다. 총 7부로 구성된 '벤허'에서 5부만 전차경주의 준비과정과 진행을 다루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전차경주 그 자체에 할애된 페이지수는 책 전체로 따져봤을 때 그리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벤허'하면 전차경주만 떠올리는 세간의 인식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른 재미있는 부분도 참 많은데..

예를 들면 이라스가 내심 메살라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 벤허를 꼬시는 과정이라든지, 메시아는 어떤 모습으로 오실런지에 대한 논쟁, 전차경주 이후에 벌어진 피습(?)위기를 벤허가 어떻게 모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차경주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영화 '벤허'를 보신 분들도 책을 일독해보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다른 디테일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만약에 벤허 독서토론 기회가 있고, 그 중에서도 5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션이 있다면,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왜 루 월리스는 네네호프라 이야기를 넣었을까?'이다. 네네호프라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흡인력이 있지만 전반적인 5부의 흐름에서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5부는 4부에 비해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에 조금더 박진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네네호프라

  I.
  이 세상에 똑같은 인생은 없답니다.

  굴곡 없는 삶도 없지요.

  가장 완벽한 삶은 원처럼 돌고 돌아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시작점에서 끝이 나죠.

  완벽한 삶은 하나님이 귀하게 여기는 보물이지요. 위대한 시대에 그분께서는 약지에 그 보물을 끼신답니다.

- 제5부 제3장
“그동안 얻은 수입 553달란트에 제가 맡은 선대 주인님의 원금 120달란트를 합치면 673달란트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도련님을 세상 최고의 갑부로 만들어 주고도 남을 돈이죠.”

 시모니데스는 파피루스 낱장들을 에스더에게서 받아 하나로 모은 후 잘 말아서 벤허에게 주었다. 그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은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그 자부심은 의무를 잘 완수했다는 의식에서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모니데스 자신과는 상관없이, 벤허에 대한 의무감이었을 것이었다.

- 제5부 제7장
"(...)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무작정 나아가야 할까요? 왕께서 나타나시거나 저를 부르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요? 당신은 나이도 많고 경험도 풍부하시니 대답해 주세요.”

- 제5부 제8장
"(...) 그리고 이곳에 남아 있어 봤자 개죽음을 당할 것이 뻔하니 당장 일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5부 제8장
"(...) 에스더, 그곳의 삶이 내게는 너무도 조용해.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나태한 습관에 젖어 스스로 비단 족쇄에 묶인 기분이 들지. 얼마 지나면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려 오히려 불안하다오.”

- 제5부 제9장
실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메모를 읽는 동안 모든 사람이 그대로 얼어붙은 것 같았다. 메살라는 그 메모를 뚫어져라 응시했고, 그동안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길들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최근에도 같은 장소에서 주위에 있던 로마인들에게 똑같이 뻐긴 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기억할 것이었다. 만약 서명하기를 거부한다면 영웅으로서의 체면을 구길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서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100달란트는 고사하고 20달란트도 없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메살라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서 있었다.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가셨다.

- 제5부 제11장
나팔 소리가 울리는 순간의 경기장 전체 내부를 이렇게 돌아보았으니, 모든 관중이 일시에 쥐죽은 듯 고요해지며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미동도 앉은 채 앉아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 제5부 제12장
정확한 비율이 확실치 않았으므로 그 거실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없었다. 건물 내부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이 깊게 뻗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려고 멈춰 서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더니 백조를 애무하는 레다의 가슴 위에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좀 더 멀리 보자 바닥 전체가 신화 속 주제를 표현한 모자이크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디자인이 각각 다른 등받이 의자와 등받이가 없는 의자들, 절묘하게 만들어진 예술품, 깊게 조각한 탁자들, 올라와 누워 달라고 손짓하듯 침상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벽 가까이 서 있던 가구들은 마치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바닥에 또렷이 비춰져 있었다. 심지어 벽장식과 그 위에 그림과 얕은 돋을새김으로 표현된 인물의 모습, 천장의 프레스코화조차도 바닥에 비춰져 그대로 드러났다. 천장은 아치 모양으로 둥글게 굽어 있었고 중앙 부분은 뚫려 있어서 그곳을 통해 햇빛이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왔고 더없이 푸른 하늘은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 제5부 제16장
여전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점점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이라스가 왜 그렇게 꾸물거리는지 궁금해졌다. 다시 바닥에 그려진 신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 보았지만 처음에 살펴보았을 때처럼 만족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살피다 무슨 소리가 들리나 싶어 자주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보았다. 이윽고 초조한 마음이 조금씩 엄습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커졌다. 마침내 집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침묵이 의식되기 시작하자 마음이 불안해지고 의구심이 생겼다.

- 제5부 제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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