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도 못하고 잠드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은 양치만 빼먹는 것도 아니다. 후두부를 얻어맞은 사람마냥 기절하듯 잠든 다음날 눈을 뜨면 형광등이 번쩍번쩍 켜져있다.
눈뜨면 바로 기도하고 성경 읽는 모닝루틴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는데, 하루를 닫는 나이트루틴이 아직 정립이 안 되었다. 하루를 잘 시작할 줄 알았지, 오늘을 마무리하고 매듭짓는 일에는 영 인색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욕심과 불안이 남아 있어서인 듯 하다. 조금이라도 더 깨어있어 일을 더 하다 자야겠다는 부질없는 욕심.
그 욕심 때문에 하루를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양치 세안도 하지 못하고 잠들었다. 고작 몇분 몇시간 더 일하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루의 끝에 마침표를 찍는 일에 인색했더니 결국 .. 2개월분 결산을 통으로 날려버리는 사단이 발생했다. 일은 일대로 했는데 결산을 하지 않아서 연차고 성과지표고 다 날아가게 되었다. 너무 뼈아프다.
나이트루틴이 절실하다. 여러 구성요소를 생각해보고 있는데, 좌우지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말씀과 기도이다. 하루를 열며 하나님과 교제하듯 하루를 닫고 오늘의 내가 잠에 들 때에도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 수미상관의 이치에 맞다.
제 목 쟁점매출채권을 지연회수함에 따라 자금대여 거래로 전환된 것으로 보아 국조법에 따른 정상가격 과세조정에 의한 인정이자를 산정하여 익금산입한 처분의 당부
결정요지 조사청은 쟁점매출채권과 기타 거래처들의 채권 회수기간을 비교하여 쟁점매출채권을 지연회수한 것으로 보았는데, 동 비교대상 업체들 중 AAA와 BBB을 제외하면 모든 300만원 정도의 일회성 소액거래처이고, 쟁점자회사에 대한 매출은 원자재 등에 관한 것인 반면, AAA 등에 대한 매출은 완제품에 대한 것으로 서로 상이하며, BBB의 경우 오픈마켓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대상 업체들의 거래는 거래의 조건과 상황이 유사한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함
250에서 500으로 승격되었고 이가 슈비옹테크 (Iga Swiatek) 등 상위권 여자선수들이 온다고 난리법석이었으나, 이름값하는 선수들이 대회 시작 전에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참가선수 중 내가 그나마 이름 들어본 선수는 헤더 왓슨이랑 슬로언 스트븐스, 아일라 톰리아노비치, 엠마 라두카누 정도일 뿐이다. 그나마도 내가 직관한 18일에는 아는 선수가 헤더 왓슨 밖에 없었음.
약간 짜식었지만.. 테니스경기 직관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 싶어서.. 참아야지.
주차경쟁을 피하기 위해 첫경기 시작 시간인 정오보다도 이른 시각(11:15)에 도착했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대로 동문2주차장에 가보니 여러 행사부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핸드볼경기장 앞에 있는 주차장에다 댐.
날씨는 더웠으나 하늘은 예뻤다.
대회장이 먼 발치에서 보인다. 나 올림픽공원 처음 와봤나? 하도 귀에 익은 곳이라 한두번은 와봤으려나 했는데, 지형지물이 낯설었다.
윌슨라켓 시타 행사도 열리고 있었는데 숫기와 자신이 없어 엄두를 못 냈다. 아니, 시타코트 펜스가 너무 낮아서 까딱 하다간 공이 밖으로 나갈 것 같은거야. (공을 잘 못 쳤을 때 쏟아질) 싸늘한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빠르게 포기..
15구역에 앉았는데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시간이 지나니 그늘이 져서 좋았고, 단점은 체어엄파이어 의자가 가리고 있어서 선수와 공이 일부 가려진다.
첫번째 경기
선수들이 짐을 푸는 모습. 테린이는 이런 장면도 설렌다.세번째 경기 (점심을 먹고 와서 두번째 경기는 건너 뜀)네번째 경기
세번째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여기서 코스튝 (Kostyuk) 선수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백핸드 칠 때 상반신이 꽈배기 처럼 비틀리는 것에 속으로 놀랬고..
그리고 그간 여테를 영상으로 봤을 때는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어마무시한 스피드였다. 화면으로는 테니스선수들 근육이 없어 보였는데 직접 보니 달랐다. 특히 샘소노바 (Samsonova) 선수 복근이 매우 선명해서 무서웠다 (복근이..).
누구에게든 사인을 받고 싶어서 테니스공을 챙겨왔지만 시합 보다가 기가 죽어서 아무에게서도 사인을 받지 못했다. 경기 이긴 선수들이 호응이 좋은 관객석 쪽으로 사인볼을 던져주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숫기가 없어서 받지 못했다.
그렇다. 표면적으로 나는 놀고 휴식했다. 그 누가 봐도 나는 쉬었다. 하지만 며칠동안 머리 한구석은 업무에 대해 불안해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여러번 여닫았다.
J 상무님이 주신 커멘트는 선형적인 해결방법이 없었다. 대학교 영어원서를 맞닥뜨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반복적인 연습만으로도 실력향상을 담보했던, 답지와 해설지가 풍부하게 제공되던 한국형 교과서&문제집과 달리, 물건너 온 원서교재들은 답지도 없었고 본문에서 다루지도 않았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는 무례함을 저질렀다. 너는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최소한의 창의성과 상식이 없는거니? 조롱하는 것 같았고.. J 상무님의 커멘트들도 비슷한 인상을 내게 풍겼다. 시간은 비선형적인 요구사항이야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선형적이고도 착실하게 흘러가서. 이제는 정말 뭐라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목전에 다가왔다.
성실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비정형적인 문제를 고민하라니, 내가 삶의 파도에서 의욕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비정형적인 문제를 다림질해서 직선으로 만들고자 요근래 책도 열심히 읽었건만 안 풀리는 문제는 여전히 안 풀린다. 대체 왜.
잠이나 자련다. 어떻게 이런 낯짝 두꺼운 말을 할 수 있냐고? 왜냐면 이런 상황을 오조오억번 겪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뭐라도 최선을 다 하려고 발악을 하다가 결국 야식 먹는 활동에 최선을 다 한 채 양치도 못하고 잠들어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자신마저 저버리느니 스스로에 대한 예의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