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나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라서 골전도 이어폰을 구매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가위도 잘 눌리고, 작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 때 피아노 방이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여서 피아노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등골이 시려서 뒤를 연거푸 돌아보기도 했었구. (그래서 피아노랑 멀어지게 됨..은 핑계)

이렇게 불안도가 높은 내가 골전도 이어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야외 달리기를 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도 혹시나 괴한이 뒤에서 달려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사무실에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낀 채로 일하다가 직장동료의 급작스러운 방문에 소리를 질러버리고야 마는 나에게는, 귀가 노출된 채로 음악 청취가 가능한 골전도 이어폰은 그 컨셉 자체로도 구미가 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미 몇년전에도 골전도 이어폰의 존재를 알고 구매를 고민했지만, 당시 음질이 안 좋다는 리뷰가 꽤많이 보여서 마음을 접었었다.

그 몇년 전의 결정을 뒤엎고 작년 여름 골전도 이어폰 (정확히는 SHOKZ 오픈런프로 미니)를 23만원 정도에 쿠팡에서 구입했다. 번복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i) 실제로 SHOKZ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는 점, (ii) 곧 업무환경이 변해 낯선 사람들 속에서 업무해야 할 처지였던 점, 이 두 가지였다. 주변인을 통해 SHOKZ 음질이 그렇게까지 조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낯선 업무환경에서 음악으로 도피하는 동시에 외부소음을 인식해야할 필요성이 커지자 골전도 이어폰을 안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골전도 이어폰을 사고 의도한 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원래 목적과 전혀 엉뚱한 용처에 사용하고 있다. 당초 업무환경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계획이 틀어졌고, 내가 야외 달리기를 일년에 다섯번 할까말까 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 골전도 이어폰을 안 쓰고 있는가? 집 안에서 잘만 쓰고 있다. 벽간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이웃집에 민폐를 최대한 덜 끼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일반 이어폰을 끼고 싶지는 않은게, 피아노방에서 뒤를 계속 돌아보던 어린 나는 실내공간을 연신 확인하는 예민보스 성체로 자라났기 때문에 주변소음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마음이 놓였다.

엉뚱한 전개이지만, 여튼 잘 쓰고 있다는 사실.


충전단자가 독특해서 잃어버리면 골치 꽤나 아플듯..


참, 이 골전도 이어폰은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어느 정도 데시벨이 올라가거나 톤이 높아지면 옆사람에게 꽤나 명확히 들리기 때문. 혼자 있는 공간이나 다소 시끄러운 공간에서 사용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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