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각한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강남의 탄생' (한종수, 강희용 저)를 몇달째 끌어안고 있다. The Screwtape Letters와 함께 진도가 안 나가는 책 중 하나이다. 언제쯤 완독할지 기약이 없는고로, 책 읽는 중간중간 소소하게 몇자 끄적이는 편이 나을 듯 하다.

# 아쿠아아트 육교

더구나 '시원'하게 뚫린 남부순환도로가 앞을 가로지르고 있어 예술의전당을 찾은 시민들은 마치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예술의전당은 지금까지도 "섬처럼 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물론 관계자들도 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
세월이 지나 다시 기회가 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시절에 진로가 인근에 종합 유통 단지를 만들려다가 실패하면서 부근의 땅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군인공제회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 땅을 사들였다. 그러자 인허가권을 가진 서초구청은 이때다 싶어 군인공제회에 쇼핑몰 계획을 다시 내놓았다. 그러나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군인공제회 쪽에서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타협안이 나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예술의전당과 남부터미널을 연결하는 55억 원짜리 아쿠아아트 육교였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예술의전당의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7장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잠실' 중 '예술의전당 이야기'

진로가 애당초 계획했던 부지, 아쿠아아트의 위치 등을 찝어주는 지도라도 첨부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은 그 점이 아쉽다. 예술의전당과 남부터미널을 아쿠아아트가 긴요하게 연결시켜주는지 네이버 지도로 찾아보았다.

아쿠아아트 육교를 중심으로 한 네이버지도

확실히 예술의전당 근처에 횡단보도가 많지 않아서, 그 중간에 생긴 아쿠아아트 육교가 도보 이용객의 접근성을 아주 약간 개선시키긴 했을 듯 하다. 횡단보도가 한가람 미술관에 하나 있고, 한참을 가서 우면삼거리 쪽에 또 하나 있는 격이니 말이다. 그래도 예술의전당이 주거지역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뒤에는 우면산으로 막혀 있으니, 육교 하나로 개선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전당으로 바로 갈 수 있게끔 지하보도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면 현대수퍼빌 등 주거시설의 지반이 약해질테니 주민 반대가 심하려나.

참, 번외로 아쿠아아트 육교의 시공도 현대건설이 맡았다고 한다. 현대건설이 손을 안 댄 곳이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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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인데, 운동과 요리는 주기적으로 해주면 삶의 질이 윤택해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신건강에 좋다. 자신의 인생을 내가 컨트롤한다는 효능감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문명의 이기 덕택에 귀찮은 잡무들을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되었다. 맛집요리를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어플이 성행하고, 청소 대행 서비스가 생겨나고, 이동수단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야채 손질, 변기 청소, 걷기 등등을 하지 않아서 편해진 면이 있지만, 그 편리함에 젖어 점점 수동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수직계열화를 하자. 

나는 항상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남몰래'라는 말에 어폐가 있기는 한 것이, 혼자 좋아하고 좋아하다가 호감도가 임계치를 초과하면 넘쳐 흐르는 양동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언급하는 빈도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 나는 관심가던 사람들과 깊이 친해져서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까지 가는 데에는 성공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 편에서 상대방에게 실망해버린 바람에 우정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일련의 사건들 끝에 최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인가봐.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그냥 내가 첫단추를 잘못 꿴거다. 무의식 중에 상대방을 완벽한 존재라고 제멋대로 우상화했다. 이 사람과의 관계만 어떻게 얻어내면, 너무 행복할 거야. 삶의 의미를 찾게 될거야. 이 사람은 내게 답을 줄거야.

상대방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나는 그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불완벽한 피조물이었을 뿐인데 그를 idol로 섬기는 우를 저지른 것이다.

산수유 꽃은 자세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병아리 같이 올망졸망하니 귀엽다.

오랫동안 책장에 방치되어 있던 '지적 생활의 즐거움'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고 미처 다 받아적지 못했던 인상깊었던 구절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몇백년 전에 살았던 영국인이 내가 생각하던 주제들을 짚어서 조목조목 이야기해주다니, 새삼 책이라는 매개체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일 뿐입니다.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진리와 작은 진리 사이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의와 개인의 생활 사이에서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나가는 것입니다. 

-'서문'에서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나가는 것이라니. 필립 길버트 해머튼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내는 것일까. 본질을 꿰뚫어버리는 그의 표현에 가슴이 뛴다. 이것도 배워야 하고, 저것도 배워야 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학습량을 끝마쳐야 함을 역설하는 건조하고 기계적인 책이 아니어서 정말 기뻤다. 마음 맞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다. 평범한 단어만으로 진실을 외치는 문장이 내 마음을 후드려 팬다. 홈런이야 당신, 홈런이야. 

번역도 꽤 매끄럽게 된 편이다. 읽으면서 흐름이 끊긴 순간이 많지 않았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번역이었다. 원문 번역이 아니고 편역이어서 문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편역본과 원서 간에 내용 차이가 있는데, 아마존에서 "The Intellectual Life"를 다운받아보니 로마 카톨릭과 같이 편역본에 없던 주제가 몇개 보였고, 반대로 편역본에 실려 있던 시구가 원서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해머튼의 다른 저서에서 가져온 것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정체불명의 그 시구를 끝으로 이 쪽글을 마친다. 1년 뒤에 읽어도 흥분이 가지 않는 책이라 몇 번 더 포스팅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옛날 어느 페르시아 시인이 남긴 독백을 당신에게 들려드리겠습니다.

  길도 없는 험한 바다에 나를 띄운다.
  지금부터는 고독만이 유일한 재산이다.

  내 순례의 걸음이 나의 영원한 조국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나의 두 무릎은 두 번 다시 대지를 밟지 않을 것이다.
  나의 영원한 조국을 찾을 때까지.

  그날 이후 월계수는 나를 위해 꽃을 피우지 않았고,
  나의 이마를 장식했던 가시면류관도 땅에 떨어졌다.

  나를 낳아준 고독이여!
  고통은 짧고 기쁨은 영원했다.

-Chapter "고독한 작가의 삶을 두려워하는 친구에게"

MBTI 약식 테스트로 INFP라는 진단을 받고 난 이후로 몇달째 MBTI 컨텐츠에 집착하고 있다. INFP 유튜버, 짤, 블로그 포스트 등에 묘하게 위로를 받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슬슬 MBTI 컨텐츠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읽고 있으려니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우상화하게 되거나 특정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서 선을 긋게 만들게 된다.

일례로 INFP들은 언어를 배우는 것에 강점이 있는 대신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는 취약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수학, 프로그래밍, 과학과 같이 데이터를 다루는 학문들 또한 깊게 들여다보면 하나의 언어이다. 자연을 조망하고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는 언어. INFP가 데이터를 다루는 데 취약한 이유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그 데이터가 의미없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데도 자신이 INFP라며 특정 분야에 선긋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MBTI 컨텐츠를 좋은쪽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잘 활용하지 못할 것 같다. 관계의 가능성을 보기 보다는 사람을 판단하는 용도로 주로 쓰게 되지 않을지.

판단이란 하나님 한분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며, 그 대상이 설령 나 자신이라 할지라도 그 판단은 보류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묻겠지. 굳이 MBTI가 아니어도 당신은 수많은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나요? 그러게요.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쥐어짜내서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내가 내리는 판단일지라도 하나님이 동행하셔야 한다는 것. 그런데 사람성격을 유형화하는 작업에는 하나님이 없는 것 같아.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끊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네.

중학생 시절부터 써오던 의자를 드디어 버리기로 결심, 온라인쇼핑몰에서 30만원 정도의 가격대에 시디즈 의자 (TNB500LDA)를 샀다.

시디즈 의자 모델명에는 나름 의미가 있는데, H는 Headrest (목 받침대), L은 Lumbar Support (요추 지지대), D는 Depth Seat (조절형 좌판), A는 Adjustable (조절형 팔걸이)을 의미한다고 한다 (참고: 시디즈 공식 블로그). 그러니까 내가 산 모델은 목 받침대가 없다. 의자에서 열심히 일이나 해야지, 머리를 왜 기대나 싶어서 한푼이라도 아낄 겸 빼보았다. 

구성품은 좌판, 의자기둥, 바퀴로 상당히 심플하다. 나사 한번 조일 필요 없이 슥슥 꽂으니까 조립이 끝나서 당황스러웠다. 사진 찍느라고 15분 정도 걸렸는데, 의자 기둥만 거꾸로 꽂아버리지 않으면 10분컷도 가능해보인다. 참고로 의자기둥은 아래 사진과 같이 빨간 부분이 위로 올라오게 하면 된다. 

이전 의자가 너무 낡았기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쓰고 있다. 팔걸이, 의자 각도, 깊이, 높이 조절 뿐만 아니라 틸팅 각도 및 저항감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다만 요추지지대가 맨 아랫단까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부위의 허리를 받쳐주는 기분이 안 든다. 요추지지대나 목 받침대나 다 돈 들어가는 옵션인데, 이럴 거면 차라리 요추지지대를 포기하고 목 받침대를 포함시킬 것을 그랬다. 등 받침대 상단에 구멍 세개 뚫려 있는 걸 보니, 목 받침대를 옵션으로 구매해서 장착할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슬깃 드네. 일단은 큰 돈 지출했으니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이번 구매의 교훈은?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의자는 매장에서 앉아보고 사자.

 

 

 

 

 

 

예민하다는 것은 일단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격이 강한지, 약한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은 예민함과는 상관이 없다.

-Chapter “1장-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미숙한 시절 나는 사람들과 많이 다투곤 했다. 친구 사이나 가족 구성원을 중재하다가 그 불똥이 오히려 내게 튄 적도 많다. 누군가 농담을 하려고 뜸을 들이면 나 혼자 의도를 알아채 먼저 낄낄 대버려서 분위기 상 엇박자를 탄 적도 있고, 도리어 자극 하나에 얽매여서 프로젝트 진도를 빼지 못한 경험도 있었다. 

내 삶의 고통은 상당 부분 타인들과 나의 상황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그게 그리 떠들썩하게 굴 문제냐고 반문하고는 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내 주장에 동조를 해주는 사람이 몇 생겼다. 기뻐해야 할 일인데, 난는 도리어 '그러면 안 되지. 이러면 정말 그 상황이 문제여서 이슈화된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 난리법석을 피워서 내 주장이 먹힌 것 같잖아.' 라며 다시금 심적으로 방황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식으로 고통받아왔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16 Personalities에서 무료테스트를 해봤는데 INFP-T란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예민보스도 이런 예민보스가 없다. 어쨌든.

스스로의 성격이 너무 피곤한데 또 고치기에는 너무 늦어서 예민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을 두 권 정도 집어들었다. 하나는 '센서티브 (일자 샌드 저)'이고 다른 하나가 '예민함이라는 무기'였다. 특히 '예민함이라는 무기'에서 가장 큰 위로를 얻었는데, 몇가지 문구를 나열하려고 한다. 본인의 민감한 성격에 고통받는 분이 계시면 아래 문구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과거에 나는 내담자들과 더불어 늘 빗나간 노력들을 해왔다. 주변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들, 되도록 둔감해지려는 노력들을 해왔던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본모습과 다르게 살려는 노력들이었고, 자연스러운 지각을 포기하고자 하는 헛된 노력들이었다. 그렇게 노력하는 가운데 자기 지각이 희생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지각은 사그라드는 듯하다 다시금 고개를 들고 찾아왔다.

-Chapter “들어가며”

 

#2

스스로를 제때에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삶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러면 외부 세계와 접촉할 때마다 에너지를 잃게 되고, 자기 색깔을 내고 선을 긋는 데 문제가 생긴다. 반면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중심을 잡고, 자기 정체성과 경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Chapter “들어가며”

 

#3

예민하다는 것은 일단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격이 강한지, 약한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은 예민함과는 상관이 없다.

-Chapter “1장-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4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감지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빠르게 깨닫는다.

-Chapter “과소평가된 독특한 기질”

 

#5

또 고반응군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두뇌 연구에서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의 특이성이 확인되었다. 아론이 말하는 고민감성과 마찬가지로, 케이건이 주장하는 고반응성은 유전된다.

-Chapter “과소평가된 독특한 기질”

 

#6

예민한 아이는 지각이 굉장히 섬세하다 보니 이중의 메시지나 숨은 메시지를 한결 더 잘 감지한다. 배경을 짐작할 수 있고, 하지 않은 말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종종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모순될 수도 있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7

이제 예민한 사람은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껏 얼마나 맞추어주느라 힘들었는지를 잘 모른다. 단지 지금 당장의 거슬리고 튀는 행동만이 부각된다. 예민한 사람들은 이처럼 억울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집스런 태도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8

이렇게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람이 뒤늦게 생각을 거듭해서 이룩한 자신의 입장으로 그간 부족했던 자기중심성을 만회하고자 하면, 상당히 부자연스런 상황이 펼쳐진다. 그럴 때 그는 매우 이론적이고, 잘난 체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고, 독선적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 경우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주 고집 세고, 모난 사람처럼 여겨진다.

-Chapter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9

예민하지 않은 아이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가족 내의 불균형, 부당함, 숨겨진 문제들에 대해 잘 지각하지 못한다. 반면 예민한 아이는 가족 상황을 빠르게 읽어내어 더 쉽게 말려 들어갈 수 있다. 더욱이 자기자신보다는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꾸 얽힌 걸 풀어내려고 한다. 이런 일은 의지적으로 일어나거나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가족 내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느라 본인은 정작 희생자나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예민한 아이는 스스로 손해 보거나 아웃사이더가 되는 걸 감수한다. 아이의 이런 수고에 보상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다. 가족들의 감사가 주어지기는커녕, 스스로 멸시와 비하를 당하고 배제되기 십상이다. 

-Chapter "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부모의 욕심"

 

#10

예민한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이 점을 의식하고 아이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식의 성장을 이루는 모습, 스스로를 펼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럴 때에야 아이들 역시 자유롭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가게 된다.

-Chapter "아이의 마음도 모르는 부모의 욕심"

 

#11

그러나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할 때에는 이런 강한 면모들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예민한 여성이 자신의 한계를 훌쩍 넘어버려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예민한 여성 스스로도 자신을 돕는 사람으로 여길 뿐,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여기기 힘든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도움이 필요할 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다. 결국 슬럼프가 찾아오고, 이때 그들을 붙잡아주거나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Chapter "여자는 당연히 예민하다고요?"

 

#12

휴가를 받은 어른들이 다른 환경에서 스스로 기분 전환을 하고자 여행을 떠나는 경우, 예민한 아이들은 낯선 환경을 특히나 힘들어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든 경우 계속해서 칭얼대면서 부모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아이들은 휴가를 두 번, 세 번 같은 장소로 떠나서 같은 역이나 같은 숙소에 반복적으로 갈 때 안정감을 느낀다. 

예민한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놀이나 스포츠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려면 망설이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Chapter "예민한 아이들에겐 시간을 주세요"

 

#13

특히 이상화의 위험은 예민한 아이에게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민한 아이가 상황을 잘 파악하고, 두루두루 빠르게 이해할지라도, 그 아이는 여전히 아이이며, 아이가 될 권리가 있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Chapter "예민한 아이들에겐 시간을 주세요"

 

#14

즉,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를 지각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그것을 넘어 자신의 지각을 지각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Chapter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기르기"

 

#15

지각은 걸러내기 과정이다. 한순간 지각할 수 있는 자극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자극을 지각하려면 여타 자극을 지각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 

-Chapter "자극으로부터 중심 잡기"

 

#16

현대사회에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무한한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에 뿌리박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무제한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최고에 도달하지 못하면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릴 뿐이며, 오로지 강한사람과 성공한 사람을 두둔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예민한 사람들도 이런 생각에 쉽게 유혹당할 수 있다. 물론 선을 긋고 경계를 설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생각 속에 있으면 기존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경계는 어디일까? 스스로 지각하지 못하고, 늘 바깥으로만 주의를 돌리며 살았던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경계를 잘 알지 못해서 스스로를 존중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경계를 지킬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Chapter "나를 보호하는 경계 짓기"

 

#17

경계를 존중하고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신체와 접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를 센서로 활용해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바로 이 부분에서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소속감, 인정, 평판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주느라 자신의 신체 지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Chapter "나를 보호하는 경계 짓기"


특히 우리는 15번과 16번 문구를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선수가 경기 한판 뛰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하듯이, 우리도 주기적으로 휴식시간을 취해주어야 센서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센서가 재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팩이 9%인데 주변사람들이 정서적/사무적인 도움을 요청해오면, 마음이 아플지라도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꽤 정확한 센서를 달고 태어났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배터리팩이 부실하다. 그렇기에 센서를 사용할 때와 아닌 때를 분별할 능력과, 센서를 부지불식간에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재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물론 고퀄의 센서와 고용량 배터리팩을 둘 다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겠으나, 이 책은 그런 행운아를 위한 책이 아니다. 

본인의 성격이 스스로를 힘들게 해서 우연히 이 페이지에 닿은 분들, 부디 본인의 센서를 걸림돌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아껴주시기를. 남의 요구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본인의 니즈에도 적절히 반응해주시기를. 감당못할 희생만 연이어 하다가 자기연민에 빠지지 마시기를. 그리고 그 예리한 센서로 예술의 아름다움, 자연의 경이로움, 학문의 지혜로움에 누구보다 큰 감동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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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bra Evolve 65T>

무선이어폰이 편리해보여서 2019년 7월경 28만원대 (지금은 24만원대로 할인중)에 구매한 녀석이다. 약 9개월 정도 사용한 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장점>
-음질 괜찮음. 내가 대단한 음질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단 높은 음에서 째지거나 여러 사운드가 뭉개지는 경험은 없었다.
-듀얼 페어링 가능
-컴퓨터 수신기가 같이 딸려옴. 블루투스 따로 연결할 필요 없이 꽂으면 바로 작동이 되어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 문제는 구입하고 얼마 안 되어서 잃어버림)
-Jabra 어플에서 여러가지 설정이 가능함. (이퀄라이저, 음성비서, 통화설정 뿐만 아니라 사운드스케이프 및 Hear-through 등 다양한 기능을 누릴 수 있음)

<단점>
하지만 단점이 위 장점 밥 말아먹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나열해보자면

-너무 추운 날씨에는 파업모드로 들어감. 켜지질 않는다.
-수신부가 오른쪽 이어폰에 있는 것인지, 왼손으로 디바이스를 들고 뛰면 소리가 끊긴다. 오른손으로 폰을 들고 다녀야 함.
-가끔 한쪽 이어폰만 소리가 나온다.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가 빼줘야 한다.
-통화할 때 주변 소음이 다 새어들어간다. 정숙한 환경이 아니라면 통화기능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총평>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려고 애쓰다보니 기본이 충족되지 않은 제품이다. 시중 제품 중에 통화중 주변소음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제품은 콩나물 에어팟밖에 없으니, 통화음질은 그렇다 쳐. 그런데 유튜브 음악 좀 듣겠다는데 폰을 왼손으로 들었다고 삐져, 춥다고 삐져, 별 이유없이 오른쪽 이어폰 파업하고 아주 까다로운 제품 되시겠다. 사운드스케이프, 음성비서 같은 기능 제공하지 않아도 좋으니 통화음질 및 성능 안정성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케이스마저도 힌지가 힘이 없고 자석이 아니라서 야무지게 닫히는 느낌이 없다. 더 저렴한 에어팟 2세대나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자성으로 케이스가 기분좋게 닫힌다. 

결론: 음성비서, 듀얼페어링, PC 수신기 등 부가기능이 필요없고, 기본적인 기능을 원한다면 이 제품은 비추한다.

(귓밥 청소기인) 실리콘 이어팁 없고 통화품질 괜찮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는 Jabra를 계속 쓰려고 한다. 통화품질까지 보장받으려면 아래 제품 정도가 합격선일 것 같은데, 뭇사람의 시선을 견디질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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