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클로디아의 비밀⟫로도 번역되어 들어와 있는 책이다. 

 

꽤 어릴 적 구매했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바래다 못해 삭아버린 저 표지를 보십시오)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어디 이것뿐이랴. 말을 안해서 그렇지 벼르고 있는 책이 많다.

 

주인공은 클로디아라는 초등학생 여자아이. 일상의 무료함과, 장녀로써 감내해야 하는 약간의 불공평함에 지쳐 그녀는 가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싫어서 가출하는 클로디아에게 평범한 계류지란 있을 수 없는 일. 그녀는 동생제이미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첫 몇장, 책 소개 문구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의외였던 부분은 생각보다 이 가출생활이 꽤 길어졌다는 점이었고, 스토리가 가출생활 그 자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놀라웠던 부분은 이 책이 1967년에 첫 출판되었다는 사실이었다. 1960년대에 쓰인 책이, 2020년대를 살아가는 삼십대 직장인으로 하여금 (초딩이었던) 2000년대를 추억하게 하고 있다. 이런 책을 만나면 참 신기하다. 좋은 책은 타임트래블도 가능하게 하는구나.

 

옛시절 참 좋았는데. 디지털아트가 횡행하기 전이라 가능했던 기괴한 그림체의 삽화도 이제는 향수에 젖게 하는 좋은 땔감일 뿐이다. 책 중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도면이 그려져 있었는데, 나중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도면과도 비교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평을 마친다.

To my lawer, Saxonberg:
(...)

You never knew that I could write this well, did you? Of course, you don't actually know yet, but you soon will. I've spent a lot of time on this file. I listened. I investigated, and I fitted all the pieces together like a jigsaw puzzle. It leaves no doubts. Well, Saxonberg, read and discover.

- 소설 도입부
No one thought it strange that a boy and a girl, each carrying a book bag and an instrument case and who would normally be in school, were visiting a museum. After all, about a thousand school children visit the museum every day. The guard at the entrance merely stopped them and told them to check their cases and book bags. 
- p.32
They were moving Angel. Did Claudia know? They wouldn't have women moving the statue. There would be no one in the ladies room washing up. Who would give her the information? He would. By mental telepathy. He would think a message to Claudia. He folded his hands across his forehead and concentrated. "Stay put, Claudia, stay put. Stay put. Stay put. Claudia, stay put." He thought that Claudia would not approve of the grammar in his mental telegram; she would want him to think stay in place. But he didn't want to weaken his message by varying it one bit. He continued thinking STAY PUT.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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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웅 목사님 책을 찾아본 계기는 아래 바이블 컨퍼런스 영상을 통해서였다. 
 
성경말씀을 2회독 가까이 해오면서도 풀리지 않는 말씀은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어떤 책(특히 레위기)은 피상적인 이해도 허락하지 아니하여서, 눈에만 텍스트를 바르는 수준에 만족하며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지웅 목사님의 바이블 컨퍼런스 영상을 보면서, 갈급함이 모조리 해소되진 않았지만 성경 말씀을 대하는 태도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MFQNDZCkM&list=PL08iZvKVck79mr47aW2CkXHTET0m9qtXI

성경 말씀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갈 실마리를 얻을까 해서 이지웅 목사님 저서를 찾아보았는데, 그나마도 절판된 상태였다. 잠시 실망했지만 거리낌 없이 중고책을 사서 읽었다.
 
책은 유익했다. 내가 몰랐던 역사적&언어적 배경지식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도 유익이 있었으나, 말씀을 읽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경의 각 책은 지혜서를 제외하고는 원독자(original reader)가 있는데 그 원독자의 시선에서 읽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알고 말씀을 접하라는 빤한 소리처럼 들릴 수는 있으나, 원독자가 누구인지 한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한단계 더 심화된 관점 같기도 하다.
 
일례로,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하면서 작성한 각 서신서도 비슷한 시기에 쓰였지만, 원독자가 여러 지역의 교회 교인으로 각기 다르다. 그렇다면 각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른 시각으로 읽는 것이 적합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성경 배경이 된 역사를 잘 모르는 내가 원독자의 시선에서 성경 말씀을 읽어내려갈 수 있을까..? 큰 도전 앞에 아득함을 느끼게 된다. 일단 중동 역사와 지리 관련 책을 좀더 찾아보기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그 내용과 주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경이 있는데, 바로 로마서와 야고보서입니다. 로마서는 전적인 은혜를 강조하는 한편, 야고보서는 행함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

(...) 즉, 야고보서의 원독자는 교회 밖의 비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구약의 율법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유대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이며, 그중에서도 교회에 갓 출석하기 시작한 새신자가 아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교회를 섬겨 온 교회의 리더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 1장. 성경에 다가가는 올바른 태도 : 모든 성경에는 저마다 원독자가 있다

 

이처럼 성경의 모든 책에는 저마다 원독자가 있습니다. 원독자가 특별히 없는 성경은 다섯 권이 있는데, 지혜서(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라 불리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지혜서는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을 위해 기록한 성경입니다. 그래서 지혜서는 장소와 시간, 문화와 상관없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 1장. 성경에 다가가는 올바른 태도 : 모든 성경에는 저마다 원독자가 있다

 

즉, '데살로니가인의 교회'의 구성원은 대부분 이방인인 데살로니가인이며, 교회의 특징이 유대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이방적일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사도 바울이 기록한 서신들을 보면,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사도권을 변호합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의 사도권에 도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울의 사도권을 공격했던 사람은 대부분 이방인이 아닌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의 비중이 높았던 교회들은 어김없이 바울의 사도권을 공격했고, 그러한 교회들에 보낸 편지들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도권에 대한 바울의 변호가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데살로니가전서에는 그러한 언급이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데살로니가 교회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로 구성된 교회였고, 당시 대부분 의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바울의 사도권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데살로니가 교회 성도들은 바울의 사도권을 전혀 의심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그를 사도로 인정하고 있었으므로, 사도 바울은 굳이 데살로니가전서에 자신의 사도권을 변호하는 내용을 적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살로니가 1장 1절에서 바울은 자신의 이름 앞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혹은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수식어를 전혀 붙이지 않았습니다.

- 2장. 귀납적으로 성경을 바라보다 : 본문 관찰 연습

 

우리는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무언가 하는 것'을 '순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구름 기둥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순종'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하나님은 우리 의 삶을 인도하실 때, 광야에서 구름 기둥을 멈추셨듯 우리에게도 멈추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멈추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멈추시길 바랍니다. '내가 지금 이 사역을 하지 않으면 이 사역은 지금 큰일 날거야'라거나 '아니야. 쉬면 안 돼. 더 열심히, 더 더 열심히 해야 해'라는 건 우리의 생각일 뿐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우리에게 열심과 헌신 그리고 충성을 요구하실 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구름이 멈추면 여러분도 함께 멈추시길 바랍니다. 이때 정말 필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 믿음'입니다.

- 5장. 우리기 미처 알지 못한 본문의 숨은 의미들 -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무기력증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밀리는 태스크도 생기고..

3년 주기로 약간의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19년도와 22년도는 너무 힘들었고, 일련의 사건들과 감정 소용돌이에 나는 처참히 패배했다.

하지만 살아남았잖아. 지금 오는 슬럼프도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그리고 그때보다 여러가지 안전장치가 많이 생겼잖나. 책도 읽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말이지.

(실은 독서와 운동이 슬럼프를 예방해줄 줄 알았는데.. 오는 슬럼프를 막을 순 없나 보다.)

이번 슬럼프는 조금 다른 대처를 해보려고 한다. 힘들때마다 말씀을 필사하고 읽는 것이다. 기도하는 것이다. 이전 두번의 직장슬럼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끔 해보자.

오는 슬럼프를 막을 수 없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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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먼드 할머니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클럽의 모토가 뭐였지요?"
"재미, 먹거리, 친구!"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Fun, Food, Friend라고 외쳤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건?"
"친구!"
할머니들이 다시 제창했다.

- Side B Track 07

 
멜버른을 배경으로 한 한국소설이라기에 집어들었다.

얼마 전의 멜버른 여행에서 느꼈던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얼마간 더 연장하고, 첫 여행이라 미처 느끼지 못했던 멜버른의 면면을 알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결론은? 초.과.달.성.

재미, 사랑, 감동,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20대의 워홀러 친구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허겁지겁 읽은 뒤, 나는 이 소설이 필히 영어로도 번역이 되어 호주인들이 그 따뜻함을 되받아야 한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후 진정하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더 셜리 클럽'은 호주 및 뉴질랜드 등지에 실제로 존재하는 커뮤니티의 이름이다. Shirley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것인데, 소설의 주인공&화자인 설희는 예전부터 자신의 영어이름이 Shirley였다는 이유로 클럽 가입을 희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클럽에 가입하기 위하여 따라들어간 한 스포츠 펍에서 S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S와의 관계가 슴슴하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박진감 넘치게 발전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여러 갈래의 사건들이 얽혀서 일으키는 폭죽잔치를 지켜보면서, (작품으로는 초면이지만) 박서련 작가님의 옹골찬 스토리텔링 능력을 댓번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형식과 소설적 장치들이 스토리에 걸맞게 사용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중간중간 나오는 카세트테이프 버튼 표식들은, 화자가 카세트플레이어 버튼을 실제로 누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들었다.
 

 
더 셜리 클럽의 존재, 멜버른 및 호주 지리에 대한 박식함, 워킹홀리데이의 절차적 상세사항 등등, 소설에는 박서련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의 디테일과 핍진성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여 찾아봤는데 기사를 보니 역시나, 박서련 작가님도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었다. 인터뷰 기사도 흥미롭게 읽어서, ⟪더 셜리 클럽⟫에 관심이 동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린다.

http://www.topdigital.com.au/news/articleView.html?idxno=10746

[인터뷰] 한국인과 호주인의 우정 그리다, ‘더 셜리 클럽’ 박서련 작가 - 호주 톱디지털 뉴스(TO

낯선 땅에서 온갖 몸 고생 맘 고생을 했음에도 호주인들의 인정과 배려에 반하고 멋스럽고 운치 있는 자연에 또 한 번 반한 이방인이라면 소설, ‘더 셜리 클럽’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라고

www.topdigital.com.au

 
 

사실 카세트테이프는 저장 장치로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요. 저장 장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튼튼하고 오래가는 것일 텐데, 카세트테이프는 예민하기 짝이 없거든요. 늘어나서 음질이 손상되기 쉽고 엉켜서 못 쓰게 될 수도 있죠. 자기력 에 약해서 자석을 갖다 대면 아주 손쉽게 망가지기도 한대요.

그렇지만 거기 담긴 곡들을 녹음할 때, 엄마에게 3분 14초 짜리 곡을 들려주려고 아빠도 3분 14초를 똑같이 썼을 거예요. 원하는 지점에 제대로 녹음되지 않았거나, 소음이 섞여 들어간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번의 3분 14초를 다시 견뎠겠죠. 들려주고 싶은 곡을 고르는 데 드는 시간, 말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는 시간 같은 걸 빼도 상당한 시간이 들었을 거예요. 나에게 카세트테이프는 그런 의미가 있어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선물하려 할 때에는 먼저 똑같은, 때로는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는 걸 알려 주는 도구.

내게 그게 필요하다는 걸 당신은 알았던 거예요. 그것도 어쩌면 나보다도 더 정확하게.

- Side A Track 05

 

이틀 정도 끙끙 앓다가 마스터에게 아무래도 못 가겠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셜리는 안 간다고 할 줄 알았어." 마스터는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셜리가 조금 겉돌고 있는 거 나도 느꼈거든. 그러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다른 셰어 메이트들하고 친해졌으면 좋겠 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인데."

생각해 주는 말 같기는 한데 어쩐지 불편했다. 묘한 기시감도 들었다. 아, 그거다. 담임선생님. 나는 내가 왕따인 줄 모르고, 그냥 썩 친한 친구가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나를 은은하게 따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선생님.

- Side A Track 05

 

쿼카는 전 세계에서도 호주에만, 호주에서도 퍼스 앞바다 로트네스트섬에만 사는 작은 동물이었다. 입 모양 때문인지 성격 때문인지 항상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동물이라고 불리는. 로트네스트섬에는 꽤 많이 살고 있지만 역시 희귀 동물이라 직접 만지는 건 불법인데,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에게 자꾸 접근하는 바람에 '웃으며 다가오는 벌금'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비슷한 표현이 나왔던 것 같은데... 아무튼 S가 좋아할 법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Side B Track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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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두 번 방문하였다. 

 

재차 방문을 하게 된 연유는, 인터넷에서 보게된, Dome 지붕이 얹어진 도서관 내부를 보려고 걸음한 첫번째 방문에서 헛탕을 쳤기 때문이다. 도서관 자체가 그리 큰 줄 모르고 Redmond Barry Reading Room과 Cowen Gallery에서 서성대다가 도서관 마감시간이 다 된 것이다. 내가 본래 가려고 했던 열람실 이름은 La Trobe Reading Room이었는데, 그런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무대뽀로 갔으니.. 예견된 수순이었다.

 

뭐 Redmond Barry Reading Room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고 포기하려다가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서 다시 가보게 되었다.

La Trobe로 가기 전에 심기일전 할 겸, 도서관 내 북샵 (Readings)에서 간단한 구매를 하고 도서관 내 카페에서 플랫화이트를 수혈했다.

(참고로 호주 커피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건 라떼류 한정인듯 하다. Long black (아메리카노)를 여러번 시도해보았으나 맛이 너무 강했다. 물을 두배로 넣어 희석시켜도 회생이 안 될 것 같은 시고 떫은 맛이었다.)

 

친절한 도서관 안내요원에게 Dome 형태의 열람실이 어디 있냐고 문의하여 드디어 La Trobe 열람실 입성. Redmond Barry 열람실을 가로질러서 Cowen Gallery를 지나쳐야 했다.

드디어 입성!

 

La Trobe의 멋진 내부를 찍고 싶다면 다시 엘베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엘리베이터 대수는 한정적인지라, 엘베 타기 위해 다소 기다려야 했다.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떤 느낌이려나. 이런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경내에 둔 멜버른 사람들이 부럽다.

 

 

재빠르게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와서 열람실 책상을 이용했다. 책상자리 하나하나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노트북 작업하기에도 좋다. 

책상 상판은 검은 가죽으로 덧대어져 있어서 오래 되었음에도(혹은 오랜 세월을 견뎠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그리고 책상 가운데에 힌지와 고리가 있는데, 저 고리를 들어올리면 독서대 용도로 각도를 조절하여 책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앤티크함마저 취향 저격..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주변 눈치를 살피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옆에서 사람들이 떠들건말건 크게 신경이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층고가 높아서, 햇살이 돔지붕을 통해 밝게 스며들어서, 소리가 높이높이 올라가서 녹아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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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에 걸쳐 두개의 좌석을 예매해두었었다. 하나는 Rod Laver Arena 좌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Margaret Court Arena. 기본 입장권인 Ground pass가 아니고서야, 보통 경기장과 Day/Night session을 선택한 다음, 원하는 좌석을 고르게 된다.
(여담인데 Margaret Court Arena는 Rod Laver Arena 옆에 붙어있어서 실내통로로도 이동가능하다. 그걸 모르고 Margaret Court Arena 찾느라 한참 돌아다님)

어느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지, 또 그 선수가 어떤 경기장에 배정받을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무식하게 흥행성 있는 경기가 배정되곤 하는 Rod Laver 그리고 Margaret Court Arena를 예매해두었다. 선수를 가까이 보고 싶으면 돈을 많이 내면 된다. 하지만 1,2순위 코트를 예매한 것만으로도 출혈이 심했다.

꼭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구경하는 축제분위기이다. 호주오픈 관람경험이 전혀 없어서 Ground pass를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탁트인 공간에서 친구랑 치킨 버거 뜯으면서 대형스크린 보는 재미라든지, 대회초반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싶었다. 경기는 관심없고 AO 기념품만 사고 싶대도 어차피 AO Precinct에는 입장해야 하므로 최소 Ground pass는 구매해야 한다.

AO Precinct에는 경기장 외에도 Venue가 즐비했다. Polo Ralph Lauren, New Balance 등 다양한 판매대가 입점해있어서 어수선했다. 그런데 이것들은 공식 기념품샵(AO Shop)이 아니다. 공식 기념품샵은 Centrepiece에 있다.

여기서 기념품 몇개 줍줍했다. 돈만 많다면야 더 쓸어오고 싶었지만 가격이 사악하다고 느꼈다.

경기는 어땠는가. 현장감이 다했다. 조코비치가 짜증내는걸 내 눈으로 목격하고, 벤 셸튼이 날리는 오묘한 킥서브를 지켜보고, 여러사람이 소리높여 매디슨 키스를 응원하는 한복판에 있는, 그 현장감이 분명히 있었다. 관중과 함께, 내가 관중의 일부가 되어서 지켜보는 현장감.

하지만 TV중계가 직관에 비해 그 재미가 크게 덜하지도 않다고 느끼는 것은.. 그랜드슬램의 이모저모(네임드선수에게 싸인을 받는다든지..)를 아직 충분히 음미하지 못한 내게 책임이 있는걸까? 다음번에 그랜드슬램 직관 가게 된다면 직관은 한번으로 충분하며 (대신 아주 맨 앞좌석을 잡아야겠다) 이후 일정은 기본입장권으로 때워야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참 Rod Laver Arena는 경기 전에 지붕을 닫고 조명쇼를 하는데 그게 멋있었다.

직관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이쯤 마무리 하자.


<Rod Laver Arena>

 

 



<Margaret Court A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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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주여행의 주 목적은 호주오픈 관전이었기 때문에 멜버른에 주로 있었다. 7일은 멜버른을 충분히 음미하기에 짧은 시간인 것 같다.

멜버른은 해가 정말 늦게 진다. 위 사진들이 밤 8시 30분~9시경 찍은 것들이다.

분명 호주는 지금 여름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생각한 그 여름날씨가 아니다. 분명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긴 했지만 땀이 잘 나지 않았다. 건조해서인지 일교차가 커서 아침 찬공기에 떨며 일어났다.

호주에서 현금을 만질 일은 거의 없었다. 카드 말고 현금을 내밀겠다는 말이 입 밖에 떨어지지 않아 결국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겨우 소진했다.

호주는 주마다 분위기와 제도가 매우 다르다고 한다. 교통카드마저 다르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채 하루도 안 있을 시드니에서 오팔카드를 구입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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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움직이고 걸어다니고 갸우뚱하는 모습에 한없이 집중하게 된다.

이것은 작년 초여름에 찍은 영상.

까치는 사람이 와도 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지근거리에서 부지런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귀엽다. 뭘 그리 찾고 있던것일까.

까치발에 잠시 젖혀졌다가 다시 허리를 피는 잔디도 귀엽다.

하루종일 동물만 관찰해도 되는 삶이었다면 꽤 행복하겠지. 그러한 삶도 어른의 사정과 여러 행정절차가 연루되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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