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남몰래'라는 말에 어폐가 있기는 한 것이, 혼자 좋아하고 좋아하다가 호감도가 임계치를 초과하면 넘쳐 흐르는 양동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언급하는 빈도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 나는 관심가던 사람들과 깊이 친해져서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까지 가는 데에는 성공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 편에서 상대방에게 실망해버린 바람에 우정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일련의 사건들 끝에 최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인가봐.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그냥 내가 첫단추를 잘못 꿴거다. 무의식 중에 상대방을 완벽한 존재라고 제멋대로 우상화했다. 이 사람과의 관계만 어떻게 얻어내면, 너무 행복할 거야. 삶의 의미를 찾게 될거야. 이 사람은 내게 답을 줄거야.
상대방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나는 그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불완벽한 피조물이었을 뿐인데 그를 idol로 섬기는 우를 저지른 것이다.
'Thoughts and a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달 전에 쓴 글 (0) | 2020.12.13 |
---|---|
시디즈 사업보고서를 보고 궁금했던 점 (0) | 2020.04.12 |
운동과 요리의 공통점 (0) | 2020.04.12 |
1차적인 결론.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0) | 2020.04.02 |
싱가폴 여행단상 #1 (0) | 2019.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