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자기계발서를 참 많이 읽었다. 이때 읽었던 자기계발서들은 대개 메시지가 뚜렷했다. 나는 인생에 대해서 갈피를 못 잡는 풋내기였기 때문에 단호한 어투로 윽박지르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책에 매력을 느꼈다.

직장생활 n년차인 요즈음은 강한 메시지를 주는 미디어를 최대한 피한다. 그럴만한 여력도 없거니와, 타인의 best practice가 많은 경우 나와는 맞지 않는 옷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타인의 조언대로 하게 될지라도 나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볼 여유를 가지고 싶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가 아예 필요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길을 잃고 타인의 경험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당장 내 말을 듣는 게 좋을걸?"이라는 말보다 "나는 이렇게 해봤는데 내 성향 탓인지 결과가 괜찮았어"라는 말을 해주는 책(혹은 사람)에 더 이끌리게 되었다뿐.

⟪일하는 마음⟫은 강요하기보다는 반추하고 연구하는 책에 가깝다. 한 친구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단 에세이에 가깝지 않냐고 하던데.. 이 책의 문체는 단단하기는 해도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장르가 헷갈릴 정도이다.

첫번째 읽은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이따금씩 펼쳐보게 된다. 그때마다 약간의 위로와 약간의 동력을 선물 받고 간다.

네, 저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는 좀 다른데, 두려운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편안하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일’에 몸을 던지길 좋아하고, 그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또 한 뼘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 '프롤로그'

 

2016년 초에 했던 “조심하지 말자”라는 결심은, 이제 시뮬레이션 시간을 조금 단축하고, 하고 싶은 말을 향해, 원하는 길을 향해 직진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준비하고 학습하고 성장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할 나이가 아니다’라는 자각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갈 수 있는 한 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주어진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다 써보고 싶다. 남김없이, 전부.

그 결심으로부터 2년이 지났다. 확실히 그 시작점에서 멀리 온 것 같다. 나는 더 훨씬 대담해졌고, 크고 작은 일들을 더 많이 벌였으며, 더 거침없이 말하고, 내 의견에 반대할 사람을 줄이기보다는 내 의견에 동의할 사람을 늘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거절하거나 피했을 자리에도 더 많이 나선다(물론 더 하자면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많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 '경계를 넘게 하는 것은'

 

“창업자가 되고 사업체의 대표가 되는 데 충분한 준비 같은 건 없어요. 아무리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치고, 어려운 일투성이일 텐데요. 결국 그 모든 걸 무릅쓸 만큼 충분히 큰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넘어서야 할 어려움의 크기보다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더 커야만, 그 괴로움을 뚫고 나갈 동력이 생기는 거니까요. 책임을 줄이고 느슨한 형태로 조직을 꾸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속도와 밀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해요. 가닿을 수 있는 크기도 당연히 다르겠죠. 적당히 손익분기를 맞추면서 작지만 꾸준히 꾸리는 수준도 괜찮다면, 그렇게 파트너십의 형태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죠. 그렇지만 최대한 멀리, 최대한 빨리, 최대한 크게 가고 싶다면, 책임과 리스크를 피하고도 그럴 방법은 없어요. 둘 다 가질 순 없어요. 그걸 외면하면 안 돼요.”

- '에필로그'

 

그때의 자전거 타기처럼 요즘의 내게도 간절히 잘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다만 문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수없이 넘어져가며 연습할, 사람 없는 공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사람 많은 광장이거나 망가뜨리면 안 될 것 같은 무대뿐인 것 같다.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혼자 벌떡 일어나기만 하면 되었던, 그런 공터는 더 이상 없다.

허락된 공터가 없다면, 광장이나 무대에서라도 연습을 해야겠지. 그렇게 해서라도 잘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이, 남편의 말대로, 다행인 것이다. 공터에서든 광장에서든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똑같이 신이 날 테고, 그러니 그렇게 거듭 연습해볼 밖에.

- '공터가 없으면 광장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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