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끝까지 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건만 계속 빗맞는다. 나는 공을 끝까지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심결에 시선이 미리 목적지를 향하나 보다. 답답해하시는 코치님을 앞에 두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 공이 in인지 out인지, 코트 어디에 떨어지는지 너무너무 궁금한걸! 내 실력에 확신이 없어서 공의 목적지에 눈길이 가게 되는데, 바로 그 행동이 내 실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 아이러니란..
내가 계속 말귀를 못 알아듣자 결국 코치님은 다음과 같은 주문을 하셨다: 공을 친 직후 잠시동안 contact point를 쳐다봐라. 공이 어디 갔는지 보지 말고.
타구 결과를 즉시 확인하고 싶은 나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주문이 아닐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공을 친 다음에 억지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코치님이 "제발 이렇게 쳐. (흡족)"라고 말씀해주신 덕에 포핸드 드라이브가 제법 멋지게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여하튼 "(i) 공에 시선이 고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ii) 몸을 정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2020/12/13 - [사고, 행동의 누적] - 몇달 전에 쓴 글
테니스 치면서 인생 사는 법도 다시 익히는 기분이다. 인생이 던져주는 공에 집중해야 하는구나. 공이 떨어질 목적지를 보면 안 되는구나. 돌이켜보면 정말 계획 (목적)을 세워서 잘 풀린 적이 거의 없었다. 그 계획이 아무리 현실적일지라도 삶은 내게 기대 이하의 것만 안겨주었다. 반면, 지금 하고 있는 공부, 일, 작업 자체에 재미를 느꼈을 때에는 분에 넘치게 받았다. 재미를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이었는데 좋은 성적, 타인의 인정, 그리고 (가끔) 금전적 보상이 덤으로 주어졌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깨우침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란 사람은, 현재의 범사에 집중하고 기쁨을 느끼고 감사하기만 하면 된다. 미래는 기대하지도 걱정하지도 말자. 점을 찍는 것은 나지만, 그 점을 이어 그림을 그리시고 채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니!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자!
(+) 여담으로, 로한 보판나 (Rohan Bopanna)라는 인도 테니스 선수가 있다. 땅에 내리 꽂는 서브가 인상적인 선수인데, 집안이 커피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링크) 보판나가 도끼질을 꽤나 했단다. 해설위원은 보판나의 파워서브가 도끼질 덕을 봤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보판나 본인은 서브를 잘 하려고 도끼질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집안일 도우려고 한 도끼질이 그의 테니스 생활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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