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가지고 주눅 들지 말라는 주문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사람은 딱 질색이기 때문에 나 자신부터 그런 몰염치한 사람이 되기 싫었다. 실력과 인성의 크기가 자신감을 압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커리큘럼이 존재하는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이런 태도가 여러모로 득이 됐다. 미리 김치국 드링킹했다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서 멘붕이 오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 실력은 정기적으로 점수로 매겨졌기 때문에 자신감으로 능력을 포장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학교 선생님들은 모난돌 같이 튀는 아이보다 있는듯없는듯 공부하는 아이를 더 예뻐하기도 했다. 겸손이 미덕인 시절이 분명 존재했다. 나는 그 겸손이 지나친 나머지 자기비하를 일삼기도 했다. 그게 별 근거도 없이 당당한 것보다는 덜 꼴사납다고 생각했고 심지어는 쿨한 모습이라고 여겼다.
세월은 흘러흘러 대학시절을 보내고 직장인이 되었다. 내 성과가 정기적으로 수치화 및 공표되지 않는 상황, 교과과목이 정해져 있지 않는 상황, 자신감을 어느 정도 표하지 않으면 기회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상황, 그 빼앗긴 기회 때문에 내 사람 내 가족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을 종종 맞닥뜨리게 되었고, 이 빈도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정신적 각성이 필요하다. 이전에도 지적 받은 바가 있어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될 것도 안 되기 시작했다.
근자감 장착까지는 못할 것 같고, 일단은 지레 포기하고 심하게 자책하는 태도를 멀리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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