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챙겨보는 유튜버 돌돌콩(링크)님이 칼 뉴포트를 자주 언급하여서 궁금하던 차였는데, 마침 작년에 칼 뉴포트의 신간(번역본)이 나왔다. "몰아붙이지 않을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마케팅 문구가 매력적이어서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칼 뉴포트의 ⟪슬로우 워크⟫는 지적노동의 생산성을 제조공장의 생산공정마냥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서두를 뗀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읽으면서, '지적노동의 생산성을 발송한 이메일 개수나 사내메신저에서 Active한 상태를 유지한 시간으로 지적노동의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나의 무의식에 균열이 생겼다.

 

⟪슬로우 워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정신없이 바쁜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행태가 외부의 압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선택된 것일 수 있다는 꽤 흥미로운 주장을 든다 (Chapter 4). 사무실 동료들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정신없는지 은연중에 내비치려던 그간 나의 태도를 돌이켜보면.. 꽤나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칼 뉴포트는 크게 두가지 트랙을 통해 "Calm down"하라는 조언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첫번째는, 우리의 조급함이 우리가 자발적으로 택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시간과 집중력을 어떻게 쪼개 써야 하는지에 대해 디테일한 사규가 없음에도 우리가 이메일이나 사내메신저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 이것은 바꿔 말해서, 이메일이나 사내메신저에 전전긍긍하느라 업무집중력이 훼손된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두번째로, 칼 뉴포트는 과거 위대한 과업들이 성취된 과정을 자세하게 짚으며 설득을 이어나간다. 제인 오스틴, 벤자민 프랭클린, 뉴턴, 그리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집중하는 데 매달렸던 앤드루 와일스 등의 사례를 읽어나가면서, 정말 중요한 성취는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줄평을 하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에 지레 겁먹어 살던 나에게는 매우 따뜻한 책이었다.

 

다만, '지적노동의 생산성은 측량하기 어렵다'는 초반의 문제의식은 책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업무상 해결책 위주로 전개되는 듯하여 그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지적노동의 생산성은 무엇으로 측정하면 되는걸까? 아예 측정을 하면 안 되는걸까?)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초튼 시골집에 살면서 기적처럼 갑작스레 가사 노동과 사교계 책무 모두에서 해방된 오스틴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을 손에 넣었다. 바로 이곳, 길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한 검소한 집필용 책상에서 일하면서 오스틴은 마침내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맨스필드 파크』와 『에마』를 쓰기 시작했다.

- Ch 3 '업무량을 줄인다'
매시간, 매일, 매달 쉴 새 없이 고되게 일하며 기진맥진하는 경향은 사실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자의적이다. 물론 상사나 고객이 요구를 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항상 우리에게 일과를 어떻게 보낼지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불안이 가혹한 업무 지시자 역할을 담당할 때가 많다. 조마조마하게 바빠서 멍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근본적인 불안을 느끼는 탓에 지나치게 야심 찬 일정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업무량에 시달린다.

- Ch 4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월요일에는 일정을 잡지 말자. 이 결정을 공공연하게 발표할 필요는 없다. 언제 회의할 시간이 나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때 그냥 월요일을 빼고 알려주면 된다. 월요일은 총 업무 시간 중 20퍼센트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약속을 잡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런 식의 회의 거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 Ch 4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2021년에 쓴 기사에서 나는 이런 관찰 결과를 근거로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를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이 본사 사무실을 폐쇄하고 싶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절감분을 투자해 직원들이 집 근처에 일할 장소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원들이 익숙한 물건들의 유혹에서 해방되면 전반적인 생산성과 만족도가 높아진다. 당신도 일하기 위해 좀 더 시적인 환경을 꾸미려고 한다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낯설음은 비록 추하더라도 강력하다. 일할 곳을 찾을 때는 지나치게 익숙한 장소를 피하도록 하자.

- Ch 4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실험 기록과 결과는 연구 체계를 잡아줄 뿐만 아니라 특허 분쟁이 발생했을 때 주요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 조심스럽게 보관한 연구 노트들은 경쟁 발명가 일라이셔 그레이Elisha Gray를 상대로 벌인 전화 특허 분쟁에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Ch 5 '퀄리티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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