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미술쪽에 조예가 없어서 부쩍 전시회도 가고 미술 관련 도서도 접해보려는 요즘이다. ⟪혼자 있기 좋은 방⟫을 통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작품을 여럿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추상화가 별로 안 실려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아차렸다. 나는 정말 못 말리는 구상화-바라기인가보다.
(추상화는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추상화에 대한 거대담론을 나누는 사람들은 정말 내용을 이해하고 발화하는걸까?'라는 의심도 살짝 가지고 있다.)
여튼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거기에 더해, 역사 배경과 화가에 대한 설명이 초코칩처럼 알알히 박혀있어 상식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알알히 박혀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주구장창 미술사조만 거론했으면 질려서 중도포기했을거다.)
중간중간에 작가님이 자신의 인생관을 지나치게(?) 설파하는 부분은 아쉬웠지만 작가분과의 취향이 다른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303쪽에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가는 문구가 있어 옮겨본다. 교실 앞에 서성이던 아이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아무리 뒤늦었어도 다시 들어가서 용서를 구하자.
「학교 문 앞에서」에서는 농번기에 집안일을 돕느라 장기 결석한 후 오랜만에 학교에 나타난 아이가 해진 옷차림으로 문 앞에 서서 교실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힙, 힙, 호레이!」속의 파티는 덴마크 화가 미카엘 안케르 Michael Ancher의 주선으로 이뤄졌는데, 그는 화면의 왼쪽에서부터 여섯 번째에 있는 남성이다. 파티가 끝난 후 크뢰위에르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즐거웠던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좀 더 자세히 스케치하기 위해 이젤과 물감을 챙겨 다시 안케르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 방문이었고, 마침 혼잡한 도시 생활을 피해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안케르는 그의 예의 없는 행동에 분노했다. 결국 그들은 심하게 다투었고, 곧 화해하긴 했지만 크뢰위에르는 그후 안케르의 집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림의 진행을 멈출 수 없었기에 정원 풍경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작업하며 오랫동안 고군분투했고 그런 연유로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총4년이 걸렸다.
- '일상으로의 초대' (p.172)
그가 이토록 교실을 많이 그린 데에는 스승인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라친스키의 영향이 크다. 러시아 최고 명문인 모스크바 대학교의 식물학 교수였던 라친스키는 농민을 대상으로 사회개혁을 이루고자 일으킨 계몽운동인 '브나로드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 퇴직했다. 그리고 자신의 영지가 있는 스몰렌스크로 낙향하여 아동교육에 헌신했다. 그는 타테브 마을에 자선 학교를 세우고 암산을 위한 독특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 학생 중 한 명이 보그다노프벨스키였다. 가난한 집안의 사생아로 태어나 학교에 다닐 처지가 못 되었던 그에게 라친스키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후원도 해주며 따뜻한 손길을 건넷다. 또 미술에 재능을 보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추천해주었다.
- '아이의 마음으로 살기'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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