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전시를 보고 왔다. 서촌 그라운드시소에서 준비한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가 그것. 
 
인스타그램 광고로 이 전시를 알게 되었는데, 인스타 광고를 통해 그럴듯한 구매를 하기는 처음이라 상당히 얼떨떨하다. 

작품명 Rothcourt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은 Rothcourt. 진녹색의 배경에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가 그려져 있다니.. 2019년 윔블던 결승전 장면일까. 굵은 아크릴물감으로 테니스코트가 단순하게 추상화되어 있지만 인물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작품들은 대부분 '배경은 추상화, 그 안의 인물+동물+사물들은 정밀화'라는 구도를 지녀, 그 대조가 주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 장소가 어디가 되었건 신나게 액티비티를 즐기는듯 해서 그 흥분감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너만의 활동을 하며 충분히 기쁨을 느낄 수 있어! - 라는 메시지를 받은것마냥. 
 

 
비비드한 색감만 추구하는 줄 알았는데,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진회색이나 검은색도 간간히 사용하더라. 근데 개인적으로는 아크릴물감으로 그려낸 진회색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래 사진처럼 목탄화로 표현해낸 무채색이 더 마음에 들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 그 잡채. 아래는 'Players'라는 작품인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유명한 축구선수가 그려져 있다. 축알못인 나도 몇명을 구분해 냈다.

작품명 Players
살라
메시
음바페
홀란드

 
직접 가서 보시면 감동이 배가 된다~ 멀리서 보면 쨍한 색감의 아크릴물감 덩어리에 홀리고 작품을 코앞에 두면 인물 디테일에 정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서 보면 툭 튀어나온 아크릴물감의 입체감에 또한번 매료~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옆에서 보는 재미가 있단 말입니다요~

 
그건 그렇고 이 라커사물함.. 작품인줄 모르고 문을 열어보다가 직원분께 주의를 받았다. (뻘줌;;)
라커사물함엔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데, 호주여행에서 느꼈던 호주인들의 가족중심적인 가치관이 이 전시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making film(?)을 전시장 여러군데에서 틀어주고 있었는데 아기를 안고 작품을 그리고 만드는 장면이 계속 보였다. "일이 나의 가정을 훼손할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혹시 티켓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셨나요? 
아마도 당신의 지갑은 전시 마지막에 자리잡은 굿즈샵에서 집중적으로 털릴 것입니다. 굿즈 퀄리티에 울고 여의치 않은 지갑 사정에 한번 더 울었다. 하지만 피크닉 매트를 고른 나의 안목 칭찬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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