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서 벤허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었다.
3부는 벤허가 노잡이로 복역(?)한 지 3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아리우스 사령관은 명장으로서, 해적을 소탕하는 임무를 가지고 아스트로이아 호에 승선하게 된다. 갤리선 이모저모를 꼼꼼히 살피던 아리우스 사령관의 눈에 능숙한 노잡이 한 명이 눈에 띄게 되는데, 여기서 벤허와 아리우스 사령관의 인연이 시작된다.
작가 루 월리스는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편이라 생각이 드는데, 특히 지리 지형과 등장인물의 옷 차림새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를 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지역 풍습도 모르고 유럽/중동 지역의 지리지식 또한 일천한 나는 이러한 묘사 장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 일쑤다. 3부에서는 보스포루스 해협 일대를 묘사하고, 갤리선 내부 구조도 자세히 담고 있는데, 둘 다 경험한 바가 없으니 뇌를 깨는 고통으로 읽어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루 월리스도 독학해서 얻은 지식으로 쓴 것이라던데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다만 소설의 전개방식만은 루 월리스가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주인공 벤허의 첫 노잡이 생활 3년을 건너 뛰었기 때문이다. 루 월리스가 알아서 생략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우울해하거나 지루해했을 거다.
"뭐야, 자네는 이 배가 처음이야?"
"처음 봤지. 배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은가?"
"신경쓸 일들은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야. 바다에서는 서로 금방 알게 되거든. 사랑도 미움처럼 급박한 위험이 닥쳤을 때 생기니까."
- 제3부 제1장 (p.194)
그는 배를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쉬지 않을 작정이었다. 잘 알면 요행수가 끼어들 틈이 없는 법. 노잡이장, 항해장, 선장을 시작으로 다른 장교들도 차례로 만났다. 수병 지휘관, 보급품 관리관, 설비 감독관, 주방 및 화기 관리관의 보고까지 들은 후에는, 각 구역을 돌아보았다.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철저히 살폈다. 시찰을 마치자, 아리우스가 승선자 중에서 그 배의 상태와 발생가능한 사고 유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출항 준비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나자, 이제 단 한 가지가 남았다. 자신이 통솔할 부하들을 철저히 파악하는 일이다. 이는 가장 섬세하고 까다로운 업무이기에, 그는 시간을 들여서 나름의 방식으로 착수하기로 했다.
- 제3부 제2장 (p.198)
힘을 쓰려면 근육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고, 우월한 경기를 하려면 힘뿐 아니라 정신력도 필요하다는 이론은 그의 신념이었다. 취미를 가진 자들이 그렇듯, 아리우스는 자신의 신념에 들어맞는 예를 늘 찾고 있었다.
- 제3부 제2장 (p.203)
로마군이 자기 배의 갑판에서 싸운다? 유대인 청년은 등골이 오싹했다. 사령관이 심한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제3부 제5장 (p.227-228)
벤허는 노잡이장을 마지막으로 쳐다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달아나는 게 아니라 사령관을 찾기 위해서.
- 제3부 제5장 (p.229)
아리우스는 또다시 다른 생각을 더듬는 듯했다. '네가 그의 아들이라면 틀림없이 카토와 브루투스에 대해 들어 봤겠지. 대단한 자들이었고, 무엇보다 죽음을 맞이함에 있어 비할 데 없이 훌륭했다. 그들 덕분에 로마에는 이런 죽음의 법칙이 생겼거든 '로마인은 행운이 따르는 동안만 산다.'* 듣고 있나?'
*각주: A Roman may not survive his good-fortune. 굴욕적인 상황이 되면 행운을 구걸 하지 않고 목숨을 끊겠다는 의미다.
- 제3부 제6장 (p.234)
벤허가 결연하게 대답했다. "맹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사령관님, 제게는 유대 율법이 가장 엄중한데, 그 율법이 제게 각하의 목숨을 책임지 게 할겁니다. 반지를 도로 받으십시오."
- 제3부 제6장 (p.237)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벤허] 내가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현대지성 출판사 버전으로 넘어간 이유 (0) | 2024.06.02 |
---|---|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2) | 2024.06.01 |
(#2) 소전서가에서 나온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0) | 2024.05.13 |
(읽는 中 - 2장)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챗GPT 수록 개정판)>, 박상길 지음 / 정진호 그림 (2) | 2024.04.15 |
(읽는 中 - 1장)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챗GPT 수록 개정판)>, 박상길 지음 / 정진호 그림 (0) | 2024.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