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딱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알록달록한 새가 부리로 연신 나무를 쪼고 있었다. 새에 대해 박식한 편도 아니지만 일순간 딱따구리라고 확신하고 영상을 찍었다. 나무를 쪼아대는 귀여운 소리는 25초쯤부터 선명히 들을 수 있다. 저 친구는 나무를 저렇게 쪼면서 뇌진탕 걱정은 없는겐가.
스스로의 만듦새와 쓰임새를 아는 사람은 평생 두려울 것 없고 매사 자신감이 넘치겠지. 자신의 신체스펙을 믿고 부상 걱정 없이 연속타를 날리는 딱따구리를 보고 있노라니 별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나도 잘할 만한 상황에서 잘하는 것만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데, 실상은 어찌할 줄 모르겠는 상황에 별 수 없이 허둥지둥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나도 딱따구리로 태어나서 나무만 실컷 쪼거나, 바퀴벌레가 되어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거나, 원숭이로 태어나 곡예하듯 나무를 넘나들거나, 로저 페더러로 태어나서 일평생 테니스만 쳤더라면 좋았을텐데. 세상이 오점투성이라는 사실도 불만이지만, 그보다 불쾌한 사실은 그 세상 보고 뭐라 훈수두기 민망할 정도로 나 또한 엉망진창이라는 점이다.
영상의 저 딱따구리는 (구글링해보니) 오색딱따구리인 것 같다. 아파트단지에서 딱따구리 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귀여운 친구 봤으니 그걸로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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