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조코비치가 실격패를 당하면서 US Open에 이변이 일어났다. 공으로 선심의 목을 가격했다는 이유로, 조코비치는 그 고의성을 막론하고 실격패를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20 US Open에서 득한 점수와 상금도 토해내게 되었다. Grand Slam rulebook에 있는 규정을 적용한 결과라니 토달 수는 없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비호감 이미지를 한번 더 재확인한 기분이 드는 건은 어쩔 수 없다.
빅3 중에서 조코비치를 제일 안 좋아하는데도, 조코비치가 억울하게 과소평가 당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말을 바로 하자면, 테니스계가 조코비치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기 보다는, 까닭없이 미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령 2019년 US Open에서 조코비치가 부상으로 기권했을 때 터져나온 관중의 야유에 나는 충격 먹었다. 볼보이한테 폭언을 한 것도 아니고, 주심에게 격하게 항의한 것도 아니고, 라켓을 조져버린 것도 아닌데, 그저 경기를 계속할 몸상태가 아니어서 기권한 것이 그리도 매도당할 일인지? 과거에도 조코비치를 향해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을 종종 목격하였지만, 2019년 US Open 바브린카와의 경기로 조코비치를 향한 아니꼬운 시선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His eyes are evil"이라는 유튜브 댓글도 봤는데, 서양에도 관상가가 있군요?
앤디 로딕을 이겼을 때에도 야유 받았었네.
조코비치는 왜 이렇게 (억울하게) 미움받는가? 조코비치의 지나친 승부욕이 테니스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조코비치의 화풀이는 라켓 조지기 (...)와 짜증 섞인 포효로 표출될 때가 많다. 즈베레프의 화풀이도 비슷하다. 이 두 선수 경기를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확 올라온다. 테니스 팬들이 생각하기에 테니스란 신사적인 스포츠인데, 테니스 선수들이 한 포인트/게임 따고 잃는 것에 "너무 연연해하는" 모습이 쿨하지 않고 ugly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포인트를 땄을 때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듯 "Come on!"을 연발하는 행위도 별로 좋지 않게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라켓을 조코비치만 분지르는 것도 아닌데.. 흠.
이 말 하면 조코비치 팬 분들이 굉장히 화내시겠지만.. 라켓을 부수는 장면을 볼 때 관객도 나름의 궁예질을 하게 되는데, 내 경우에는 조코비치의 라켓 조지기와 바브린카의 라켓 조지기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둘 다 별로지만, 조코비치의 라켓 조지기는 "왜 경기가 내 맘대로 안 풀리지? 짜증나!"의 느낌인데, 바브린카의 조지기는 "왜 오늘 내 실력이 이거밖에 안 되지? 화나!"의 느낌이다. Locus of control이 조코비치는 외부에 있다면, 바브린카는 내부에 있는 기분.. 아 진짜 궁예질이네..
위 인식을 알아서인지는 몰라도, 노박은 평소에는 유쾌하고 신사적인 행동을 하려고 한다. 롤랑가로스에서 볼보이에게 라켓도 쥐어주게 하고 음료수 건배도 하며, 경기 이길 때 마다 Heart 세러머니를 한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조코비치의 열망이 삐죽 튀어나온 사건이 코로나 감염으로 이슈가 된 아드리아 투어였다고 생각한다. 수천명 관객 입장, 경기 이후 애프터파티 개최, 친선 농구 경기 등 많은 사항이 문제시되었는데, 이러한 결정에는 "Fun-to-be-with" person이 되고 싶다는 조코비치의 속내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또 궁예질을 시전한다.
계속 써내려가다 보니 이상한 글이 되었다. 조코비치가 억울하게 미움받는다는 글을 쓰려고 한건데, (나도 조코비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터라) 그 야멸찬 시선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그 시선을 정당화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경기 중에는 짜증을 낼지는 몰라도 매 포인트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나면 깔끔하게 승복하며 상대 선수에 대한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트래시토킹하는 것을 잘 못 보았다. 악동 닉 키리오스와 비교하면 양반인데, 왠지 닉 키리오스가 더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US Open의 철퇴를 맞은 후 조코비치는 SNS에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다시 멋지게 복귀했으면 좋겠고, 그때에는 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US Open 트로피는 도미닉이 들어올렸으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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