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여행을 다녀왔다.

오랫동안 지쳐있던 심신을 달랠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 테마는 요양에 맞추어져 있었다. 물론 여러 유적지도 돌아보았지만, 여행 테마에 맞추어 호텔의 서비스를 더 바삐 답보했던 것 같다.

2인 묵을 숙소로 라한셀렉트 경주의 디럭스 트윈룸 (호수전망)을 선택했다. 2박 3일에 61만원 (수수료/세금 포함, 부대서비스비용 별도) 결제했으니 하룻밤에 30만원 정도 쓴 셈이다.


[내가 경험한 건물구조]

여기는 회전문부터 뱅글뱅글 돌아가는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뱅글뱅글 도자기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는 것은 널찍한 유리창과 은은한 향기이다. 저 길쭉하고도 널찍한 창은 지하 1층 조식뷔페 (The Plate)까지 이어져 있다. 실제로 나무를 비롯한 갖은 조경요소가 지하 1층 외부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조식뷔페를 먹을 때의 풍광이 참 좋았다.

조식뷔페에서의 뷰



체크인하고 객실 내부로 진입.

디럭스 트윈룸은 2인 침대 하나, 1인 침대 하나가 있다. 그리고 동그란 탁자와 책상, 의자 두개가 있는데, 그밖에도 침대 뒤쪽 헤드에 핸드폰, 안경 등 간단한 소지품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일상생활하기 불편하지는 않았다.

화장실에 몸 담글 목욕탕이 있어서 좋았다. 사진은 찍지 못했다.

아, 그리고 발코니가 있어서 좋았다! 경주는 산세가 두터워 공기가 맑고 싱그러워서, 호텔 객실에 야외공간이 딸려 있다는 것은 예상 외로 큰 매력포인트였다. 사진은 뒤에 첨부하겠다.


웰컴티와 웰컴커피.

커피만 마셔봤는데 원두 티백이 으레 그러하듯 밍밍한 감이 있었다.


냉장고에 탄산수 두병과 물 두병이 기본 제공된다. 호텔방 청소해주시면서 1박당 무료로 채워주는 모양이다. 체크아웃하기 직전에 요청하니 그건 유료라고 해서 2천원 내고 1병 전화로 주문했는데, 나중에 경주산책 카페 가보니 1천원에 팔고 있더라는.. 다리가 너무 아픈게 아니라면 물은 경주산책에서 사다 드세요.




[내가 경험한 부대시설]

경주산책 초입

여기는 경주산책이라는 곳인데, 서점과 카페가 결합된 공간이다. 경주산책 초입에 들어설 때만해도 규모가 얼마나 되겠어, 하는 마음에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말려들어가는 서점 구조에 같이 빨려들어가다가 예상치 못한 장서량에 압도(?)되어서 나왔다. 그저그런 서점형 카페라고 생각하기엔 본격적인 공간이었다. '아무튼' 시리즈처럼 친구들과 이야기하는듯한 에세이가 진열된 초입을 지나면 경주를 테마로 하는 책들이 반겨주고, 그를 지나면 여행/캠핑 가이드 책이 여행객의 마음에 방랑의 바람을 다시 불어넣어준다. 텍스트의 범람에 질리지 않도록 중간중간 문구류나 경주 기념품이 숨통을 트여주기도 했다.

책을 몇권 살 뻔 했는데, 주인의 손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하는 책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겨우겨우 추스리고 대신 기념품 몇개만 골랐다. 좌우지간 공간 기획자의 취향이 뚜렷하게 느껴져서 흥미로운 곳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서점 규모가 꽤 커서 경제/경영서적도 많았지만 모두 서점 안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여기는 캠핑감성을 느낄 수 있는 "리틀 캐빈"이라는데 루프가든 쪽에 있다. 시간이 없어 가보지는 못했다. 투숙객 전용 공간이라 객실키를 지참해야 한단다. 저기서 바베큐를 해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아마 삼삼오오 앉아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거나 혼자 책 읽기에 적당해보인다. 밤에 내다보니 조명도 멋드러지게 켜놨다. 호텔 객실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라 저기서 떠들고 놀면 이목이 집중되겠다. 상상하려니 식은땀이 나네.

리틀캐빈 (낮)
리틀캐빈 (밤)

그밖에도 경주상점과 헬스장 이용해보았다.

헬스장은 연식이 좀 된 것 같았지만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지근거리에 기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경주상점은 호텔 내 편의점 역할을 대신 하는 듯 했다. 예상하기로는 경주 특산품을 중점적으로 다룰 줄 알았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물, 음료수, 생필품, 과자, 빵, 와인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과자도 생뚱맞게 여수나 제주도 현지 제품이 있어서, 경주 테마의 책과 기념품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던 경주산책과는 달리 로컬감성이 뚜렷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대시설/식음업장 안내서




[내가 경험한 음식]


여기 음식은 전반적으로 다 맛있는 편이다. 조식뷔페도 만족스러웠지만, 세상에 룸서비스... 호텔방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음식을 받아먹는 점만으로도 행복한데, 음식 맛이 좋아서 더 기분 좋았다. 내가 먹었던 음식들은 모두, 간이 삼삼하니 잘 맞추어져 있었으며 여러 재료가 꽤 조화롭게 맛을 냈다.

먹어본 룸서비스 메뉴는, 팟타이, 채끝등심스테이크, 트러플크림파스타, 육회비빔밥, 물냉면이 있고,
야식메뉴로는 냉채 해물 족발이 있다.

이 중에서 내 원픽은 물냉면이다.


실은 처음부터 물냉면이 궁금해서 냉면 종류가 함흥냉면이냐 평양냉면이냐 룸서비스에 전화걸어 물어보았는데 (이런거 중요함),
수화기 저편에서 머뭇거리더니 함흥냉면도 평양냉면도 아니고 메밀로 된 면이다 - 고 대답하더라. 굳이 비교하자면 소바와 비슷할 것이라며..
이 답변으로 궁금증이 해소되기는 커녕 증폭되어서 결국 시켜먹어봤는데 과연 함흥냉면도 아니고 평양냉면도 아니었으며, 소바와도 조금 달랐다. 간장 베이스 국물이여서 소바를 언급하신 모양이었다.

결론은 물냉면 맛있었다. 하지만 한끼식사로는 조금 부족하니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경험한 경관]

객실 전망은 레이크뷰 / 마운틴뷰 양자택일 구조였고 별 고민없이 레이크뷰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뿔싸, 레이크뷰가 서남향인 점을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 일출의 설렘은 물건너 갔다. 동틀녘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면 해질녘의 쾌감이라도 느껴야 하는데 하필 날씨가 우중충해서 보문호의 황토색 물덩어리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체크아웃하려니까 이렇게나 하늘이 쨍해졌다. 푸르른 하늘에 갖가지 형상의 구름이 밀려들어왔다.
보문호는 여전히 흙탕물이지만, 괜찮아 하늘이 이렇게나 예쁜걸..



객실 창문 왼편에는 경주월드와 경주타워가 보이는데, 그럼 오른편에는 무엇이 보이느냐 하면, 아까 말했던 리틀캐빈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사진을 클로즈업해보면..
경주월드와 경주타워가 보인다.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레이크뷰 객실에서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저 한옥은 엘로우 (LLOW)라고 하는 카페이다. 처음에 나는 앞의 건물이 향교나 서원 같은 것인 줄 알고 맞은편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객실에서 정방향으로 바라보았을 때
클로즈업하면 웬 한옥이 있다.

 


느낌이 쎄해서 네이버지도 검색해보니 웬걸, 방문자리뷰가 3천건을 넘어가는 핫플레이스 카페였음.. 그러니 레이크뷰 객실을 선택하시는 분은 맞은편에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총평 : 신선한 경주 공기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는 발코니, 전반적으로 맛있었던 음식,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친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고,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마운틴뷰에서 묵어보고 싶다. 끝.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