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직장인으로 성실하게 살기 위해, 간단하게 적고 일찍 자는 것으로...


 
리샤르 가스케는 원백을 사용하는 낭만가이인데, 이제 37살로 노익장이 되어버렸다. (세월이여...)

그런 그가 ATP 2위의 혈기왕성한 카를로스 알카라즈와 맞붙게 되어 금이 간 유리장 처럼 깨질까 걱정되었는데, 그는 금 간 유리장이 아닌 부직포였음이 입증되었습니다..

승리는 예상한 대로 알카라즈에게 돌아갔지만 첫번째 세트에서 보여준 가스케의 경기 운영 능력은 예상 외로 질겼다.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넣고 원백 다운더라인으로 보내버리는 낭만샷을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가스케가 롱런했으면 좋겠다.

 
 

 
 상쥔청과 알카라즈의 경기는 두번째 세트서부터 보기 시작했다.

상쥔청 오른쪽 허벅지가 안 좋아 보였는데, 그런 조건에서도 생각보다 스트로크가 좋아서 놀랬다. 하지만 알카라즈가 넘사벽...

상쥔청이 결국 메디컬 타임아웃을 가지기에 알카라즈 눈치를 (내가) 슬쩍 봤는데, 알카라즈는 한껏 경기장의 열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월등한 실력자는 저렇게 관대하고 여유로울 수가 있구나. 조금 부러웠다. 상대방의 메디컬 타임아웃 가지고 항의하는 선수도 종종 봤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해설위원이 상쥔청은 경기 승패를 떠나 알카라즈와 공을 주고받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으나, 3세트에 진입하자마자 상쥔청은 기권을 선언했다.

본인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 기권할 수는 있는데, 그 경기에는 중국인이 꽤 많이 관전하러 왔기 때문에 그의 결단이 굉장히 기이하고.. 멋있어 보였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어떻게든 시합을 이어가려고 했다가 몇개월 간 부상으로 쉬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여자 단식을 보면서 이렇게 흥분할 줄은 몰랐다.

애초에 이 경기를 볼 생각이 없었다. (슈비옹텍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데 노스코바가 여자단식 1위 슈비옹텍을 상대로 생각보다 꽤 잘 하는 것이다!

아니, 꽤 잘 하는 정도가 아니고.. 19살에 저 수준이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구사하질 않나, 서브 마저 정교하게 T존 내지는 와이드에 내리 꽂더라.
 
슈비옹텍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2세트가 끝나고는 화장실도 다녀와보고 경기 후반부에 노스코바 서브를 지연시키려 라켓도 들어보는 등 애를 썼지만... 탈락.

솔직히 막판에 슈비옹텍 굳이 라켓을 들어서 상대방 서브 리듬을 빼앗으려는 듯 보일 때는 괜히 내가 화났는데, 노스코바가 이기니까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슈비옹텍도 저렇게 간절하게 구니까 경기가 볼만했던 것일 수도.

어찌 되었든 공을 어떻게든 받아보려고 한발이라도 더 내딛고 팔을 더 뻗어보려는 분투가 있는 경기가 재미있는 것이다.

못 받을 줄을 알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선수를 볼 정도로 내가 여유 있지는 않다.



 
스비톨리나 vs 골루비치 경기.  순전히 골루비치가 나와서 본 경기이다.

예상했던 대로 골루비치는 0-2로 패했다.

처음 골루비치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은 여자 테니스 선수 중에서 희귀하게도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선수여서였지만,

골루비치의 행적을 지켜보게 만든 것은 그녀가 독특한 멘털리티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지나 이기나 그녀는 감정에 기복이 거의 없다. 이따금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 허벅지를 때리는 등 분노를 표출할 때도 있지만, 그때일 뿐.

경기에서 지면 지는거고 이기면 좀 기쁘다? - 그녀는 이런 정서를 지니고 사는 것 같다.

매사에 안달복달해 마지않는 나와 참 다른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참 신기하고 부러워서 골루비치 경기나 소식을 가끔 챙겨본다.

같이 관전하던 어머니가 옆에서 골루비치는 테니스 잘하냐고 물어보셨을 때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덧붙여 골루비치를 이렇게 방송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지금 봐두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골루비치가 테니스 기량을 조금만 더 개량시켜서 몇번 더 경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팬도 뭣도 아닌 인간이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니다만..






간단하게 적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벌써 두시네.. 빨리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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