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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 한강공원 맺음 - 고즈넉히 앉기 좋은 곳

한낱점 2021. 8. 1. 01:28

한강대교 초입에서 이촌한강공원으로 진입하자마자 한강철교 방향으로 걷다보면, 웬 점박이 플라스틱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은 언뜻 보면 망원경 같은데, 반바퀴 남짓 돌아보면 일인용 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맺음'이라는 작품명의 이 의자는 서울시가 2018년도에 설치한 공공예술작품 중 하나인데, '(생략) 관람객들이 짧은 일탈의 시간동안 스스로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의자'로 소개하고 있다.

오픈형 벤치가 즐비한 이촌한강공원에서 폐쇄적인 일인용 의자라니, 나름의 차별점이 있다. 작품설명문구에 걸맞게 이 의자는 짧은 일탈에 딱이다. 의자가 한강변 풀숲에 있는 탓에 여름철이면 온갖 벌레가 날아들고, 의자는 좁고 딱딱하고 등받이는 사실상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의자 등판부분이 생각보다 깊게 빠져 있기 때문이다.

허점투성이인듯한 이 의자는 오히려 풀숲에 있기 때문에 공원의 유동인구와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뒤로 빠진 등판이 몸양옆을 감싸는 구조인지라, 주변시야가 어느정도 차단되면서 한강 경치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설명문구 그대로, '풍경과 바람소리 등을 증폭'시켜준다. 한강 물냄새, 날아드는 갈매기, 건너편 여의도 모습을 오롯이 담을 수 있달까. 대중트래픽을 허용하는 공원에서 잠시나마 사적인 공간을 허락받으니 감개무량하기도 하다.

이촌한강공원 한복판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당신에게 '맺음'을 추천드린다. 아, 하지만 그 평화가 얼마나 오래 갈런지 장담은 못 드리겠다. 왜냐하면 최근 앉았을 때 웬 어르신이 저벅저벅 걸어오시더니 의자 뒤편 뚫린 구멍으로 나를 내려다 보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처럼 망원경으로 착각하신 게 분명하다고 애써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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