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Lawrence Weiner 개인전 @아모레미술관 (부제: 나는 정녕 모르겠네)
회사에 매여 살다가 이따금 여백이 허락될 때가 있는데,
이런 귀중한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니까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곤 한다.
그래서 미술관 전시 관람이라는 모험을 강행했다. Lawrence Weiner의 개인전을 가게 된 것.
별도의 리서치는 하지 않고 그저 포스터 하나만 보고 가게 된 것인데 맥락을 모른 채 전시를 보려니 죽을맛이었다.
일단 구상화만 소비하던 내게 개념미술이란 분야가 너무 난해했다.
플러스, 미술관에서 제공되는 설명자료는 (개념미술을 이미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작성된 듯 하여) 내 무지함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현장에서 겨우 주워담은 몇마디 설명으로는 Lawrence Weiner는 언어를 재료로 삼아 작품활동을 했다는데, 단어의 조합일 뿐인 작품에 이렇게까지 높은(?)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큰 의구심을 느꼈다.
(그럼 더욱더 허다한 단어의 조합을 창출해내는 소설가나 시인은 왜 Lawrence Weiner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이러한 궁금증과 의구심을 소리내어 말하니
한 친구는 "야 그래도 컵슬리브에 이렇게 인쇄되니 얼마나 이쁘니"라고 하고 (오설록 일회용컵 슬리브에 Lawrence Weiner의 작품이 작게 인쇄되어 있었음),
다른 한 친구는 "그래도 1940년대생의 사람이 이런 아이디어를 가졌다니, 시대를 앞서나갔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의 작품과 그에 담긴 의미가 다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미술작품의 캡션도 오롯이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 + 언어가 가리키는 재질 (Language + the materials referred to)'가 재료라는데, '언어가 가리키는 재질'이 도대체 무슨 말이지? 미술작품이 붙어있는 벽을 가리키는 걸까..
언젠가는 이해될 날이 오겠지? 그때를 위해서 지금의 무지하고 무식한(?) 기록을 남겨둔다.
그래도 미술작품 자체는 예쁘고 사진에 담기 좋았다.
아래는 미술관에서 얻어온 전시회 설명서이다. 아래 내용을 일독하였으나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